진정한 사랑 깨닫는 바람둥이… 佛뮤지컬 ‘돈주앙’ 19년만에 내한

4 weeks ago 9

예술의전당서 오리지널 공연
대사없이 노래 37곡으로만 진행
스페인 플라멩코 등 볼거리 풍성
서울 이어 대구-부산서도 공연

19년 만에 내한한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돈 주앙’의 한 장면. 스페인의 전설적 바람둥이 돈 주앙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화려하고 정열적인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19년 만에 내한한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돈 주앙’의 한 장면. 스페인의 전설적 바람둥이 돈 주앙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화려하고 정열적인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아침까지 여인들의 몸과 음악을 원해.”

17세기 스페인의 젊은 귀족 돈 주앙에겐 어떤 여성이든 혹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 여성은 쾌락과 정복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정혼녀 엘비라까지 버린 채 순간의 열정만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돈 주앙은 한 기사의 딸을 유혹하는 바람에 결투를 벌이게 된다. 결투에 져서 목숨을 잃게 된 기사는 저주를 내린다. 그 저주는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노래하는 낭만적인 공연이다. 2006년 국내 초연 뒤 19년 만에 열리는 프랑스어 오리지널 공연이기도 하다. 2009년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도 제작됐던 돈 주앙은 2004년 캐나다 퀘벡에서 초연된 뒤 세계적으로 관객 100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유명 가수 겸 작곡가인 펠릭스 그레이가 음악과 극본을 맡았으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연출가 질 마외가 연출했다. 돈 주앙 역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열연한 잔 마르코 스키아레티, 마리아 역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활약한 레티시아 카레레가 맡았다.

돈 주앙은 호색한 또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 이탈리아 출신 인물로 알려진 ‘카사노바’와는 달리 가상의 인물이다. 돈 주앙은 모차르트가 1787년 작곡한 오페라 ‘돈 조반니’를 비롯해 수세기 동안 문학과 음악, 영화 등에 등장해 왔다.

이번 공연은 돈 주앙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개과천선(改過遷善)’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극 중반 이후 마리아의 약혼자 라파엘에게 질투해 갈등하는 넘버가 특히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레이는 1일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서 “이전에 다뤘던 방식과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라며 “돈 주앙이 지금껏 가져본 적 없는 진정한 열정과 정념을 그린다면 기존 작품과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어 공연이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민속 예술인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레이스가 달린 긴 치마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의 관능적인 춤은 관객들을 스페인 세비야로 초대한다. 절도 있는 발 구르기와 딱 들어맞는 칼군무는 보는 이들에게도 쾌감을 준다. 기타, 캐스터네츠 등의 악기를 활용해 플라멩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점도 매력적. 19년 전 공연에 비해 발광다이오드(LED) 세트와 조명 효과, 말 등의 구조물은 더욱 풍성해졌다. 다만 대사 없이 37곡의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인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멜로디에 녹아드는 직관적 가사를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사에 비해 함축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 공연은 13일까지 진행되고,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4월 18∼20일)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4월 25∼27일)에서 추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