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집값 양극화' 세계 1위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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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집값 양극화' 세계 1위 오명

303조원.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모두 합한 금액(지난달 말 부동산R114 통계)이다.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SK하이닉스 시가총액(179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삼성전자 시총(350조원)마저 돌파할 기세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범위를 확대하면 아파트값 총액은 721조원에 이른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의 42.7% 수준이다.

서울 외곽 강북구는 어떨까. 아파트 총액은 13조4000억원가량이다. 강남구 인구(55만7000여 명)가 강북구(28만2000여 명)의 두 배 정도지만, 아파트값 총액은 22.6배에 달한다. 서울 내 ‘부동산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20주 상승 랠리

전국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주간 통계에서 단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다. 올 초 잠깐 보합세를 보이다가 다시 20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지방은 55주째 뒷걸음질 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집값은 112.3% 올랐으나 전국 집값 상승률은 42.9%에 그쳤다. 격차는 69.4%포인트로, 중국(49.8%포인트)을 넘어 주요 7개국 중 1위다.

청약 시장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에선 청약자가 10명 미만인 단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전국 2만6422가구) 중 80%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시장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수준까지 왔다. 소득 양극화가 주거 양극화로 전이되면서 단순한 집값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 균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주택자와 청년층이 주거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고, 중산층 1주택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최우선 부동산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가장 방점을 찍어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지방 미분양 해결’(34%) ‘주택 공급 확대’(30%) ‘집값 안정’(12%) ‘국토 균형발전’(10%) 등을 꼽았다. 모두 양극화 해소와 관련 있는 정책이다.

'부동산 쏠림' 해법 찾아야

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 조성 등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부양책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수요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이슈는 이례적으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은 내비쳤지만, 원론적 수준에서 방향을 제시한 게 전부였다. 규제 중심이던 과거 진보 정부의 정책이 유권자의 반감을 크게 산 경험이 부담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취임사에는 ‘양극화’라는 단어가 두 차례 나온다.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새 정부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부동산 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게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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