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제된 교사.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는 학부모. 전교 왕따가 되도 도움을 청하지 않는 피해 학생. 학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 앞에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등장한다. 이후 법보다 빠르고, 학교보다 강한 방식으로 이들을 '참교육(응징)'한다. 4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참교육'이 제시한 해법이다.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의 학생, 학부모, 선생님, 학교전담경찰관(SPO), 변호사는 드라마 '참교육' 방식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응징 이후 무엇이 남는가." 현실의 학교는 드라마처럼 한 번의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나온 '교권보호국'…참교육 신드롬은?
해당 질문에 답하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BTF 푸른나무재단 본부에 교육 현장의 주체들이 모였다. '드라마 참교육 신드롬이 남긴 과제, 응징을 넘어 교육적 해결로'란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 교사, 학생, 학교폭력전담경찰관(SPO),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교권보호국'이 더 이상 드라마 속 설정만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드라마 방영 이후 실제로 '교권보호국'을 설치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경기·제주·충남 교육감 당선인들은 교육활동보호국, 교육활동보호 담당관, 교권보호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보고서 또한 교육부에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해 교육활동 침해 사건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너진 공교육 현장을 '교권보호국'으로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응징' 있지만 아이들 빠졌다…교사들이 본 '교권보호국'
현장에서는 교권 회복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결국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 속에서 가장 쉽게 사라지는 존재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김영유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와 교사 사이에 낀 아이들이 빠져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어쩌면 참교육에서 일어나는 상황보다 심각할 수 있다. 저 또한 학부모 민원 사례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지금은 민원 등의 사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싹 빠져있다. 1년 동안 아이들이 성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들, 선생님이 그 아이들에게 수업을 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그런 과정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기관, 그렇게 할 수 있는 교육청 제도는 정말로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가 실제 학교에서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상훈 중학교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혼잣말이었다', '스포츠 스타 이름을 비방한 거다'는 식으로 말하면 교사는 모욕감을 느껴도 대응하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신고와 조사, 검증 절차를 거쳐도 무혐의나 서면 사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도 너무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는 "뭔가 제도를 만들면 그분들이 뭔가 해냈다고 하실진 모르겠다. 높으신 관계자분들이 한 말씀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체감해 주시고, 진정한 소통과 대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는 제도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아"…현장 분위기 강조한 변호사·학생
법률 전문가 역시 제도 신설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봤다. 심청보 법률사무소 심윤 변호사는 "법적으로 학생과 보호자의 아동학대 신고·고소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교원들이 정당한 교육 활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되지 않는 환경과 분위기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조치와 관련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법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은 교권보호와 학생 인권이 대립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 대표로 참석한 노지후 군(17)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권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노군은 "교권은 교사의 정당한 권리지만, 학생과 교사 사이의 갈등에서도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전후 상황과 원인을 먼저 파악 해야 한다"며 "교권은 교사가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할 때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교권 문제에서도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판단한다면 같은 문제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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