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내려졌던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 군대는 혼란스러웠다. 장군 중에서 “안 됩니다”를 외치는 이는 드물었다. 예비역 3성 장군으로 34년간 군 생활을 한 저자는 이런 상황에 개탄하며 ‘대한민국 군대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한국군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강군의 조건’은 저자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장군 인사 제도의 폐해, 방첩사령부의 존재 이유,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문제, 일본제국군의 폭력문화 등 군의 금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지금 한국군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저자는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적 문제를 △정치적 중립성의 붕괴 △군사 전문성의 부재 △일본군으로부터 이어져 온 폭력적인 군대 문화 △미래 대비 부족 등 4가지로 정리한다.
저자는 “군은 정치로부터 분리돼야 하며 정치적 욕망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경계 군대’에 머물지 않고 전략·훈련·기획 능력을 갖춘 ‘실전형 군대’로 변모해야 한다”며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유산을 이어받은 강압적인 규율과 위계질서에서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감소,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기후 위기 등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저자는 “비상계엄 사태는 군대의 악습을 다시 보여줬다”면서 ”“군대는 77년간의 침묵을 깨고 제대로 바라보고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 군대가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군 내부의 바른 목소리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