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韓人 학자 눈으로 본 LA 폭동… 교포들은 왜 총을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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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니 킹 사건 벗어나 배경 추적 언어-문화 차이로 주민 갈등 쌓여 ◇1992년 LA 폭동, 지붕 위의 한인들/진구섭 지음/536쪽·3만 원·푸른역사 “폭도들이 총영사관과 관저를 습격한다는 정보가 있으니 지금 당장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철수시키십시오!” 1992년 4월 30일 오전 10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LA 한국 총영사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날인 29일 시작된 LA 폭동의 여파가 커지자 경찰이 연락해 온 것. 하지만 이미 코리아타운 인근은 난리였다. 이곳저곳이 불타 하늘에선 검은 재가 함박눈처럼 훨훨 날렸다. 한인들도 방위를 위해 자경대를 꾸렸다. 해병동지회와 한인청년단 등 100여 명이 권총과 장총, 쇠몽둥이로 무장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경찰 없는 이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지켜야 했다. 미국 맥퍼슨대 명예교수인 재미 한인 사회학자가 LA 폭동을 다룬 역사서다.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이어진 폭동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고, 어떻게 커져 갔는지 한인들의 시선에서 좇는다. 4년 넘게 자료를 모아 당시 상황을 분 단위로 되짚는 과정이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흔히 LA 폭동을 다룬 글은 로드니 킹을 때린 경찰관들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진 뒤 시작된 사건이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논한다. 하지만 이 책은 흑인과 한인 사이의 갈등이 빚어진 배경을 주로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엔 백인들이 흑인 거주지에서 떠나고 대형 업체들이 그곳에 매장을 내지 않는 인종 차별이 만연했다. 그러자 한인 이민자들이 가발 가게와 식료품점, 술 가게를 열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누적되면서 흑인 주민이 사는 지역에서 장사하던 한인 상인과 주민 사이에 불신이 쌓였고 이런 불만이 LA 폭동에서 한인 피해로 이어졌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폭동이 벌어진 뒤 LA 경찰이 한인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도 지적한다. 미국 내 주류 언론도 한인들의 가게 방어 장면을 되풀이해 보도하면서 한인들이 사람보다 재산을 앞세운다는 편견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누군가는 오랜 시일이 지난 과거의 폭동에 대해 왜 알아야 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누구나 비슷한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역사 망각과 역사 왜곡의 과오는 비극적 역사의 반복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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