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무와 꽃이 알려준, 매일을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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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날도 슬픈 날도, 초록/김선미 지음/192쪽·1만8000원·목수책방

“동백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품위 있게 잘 내려놓았는가. (…) 세상에 할 말이 참 많이 남았을 텐데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자기 얼굴을 지킨다.”

구태여 슬픔과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고 “꽃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동백을 존경한다”는 저자의 ‘초록 찬가’이자 일상 수필이다. 30년차 신문기자이자 정원 칼럼니스트로서 관록이 진하게 묻어나는 짧은 글 40여 편이 담겼다. 동네 꽃집의 라넌큘러스부터 콜롬비아의 은빛 나무 ‘야루모’까지, 국내외를 바삐 오가며 마주한 자연의 면면을 다정하게 풀어냈다.

주변 식물에서 가지를 뻗은 저자의 상념은 소소하고도 묵직하다. 작은 천리향 화분에 대해 “꽃은 손톱만큼 작고 수수하지만, 향기는 천리를 갈 듯 풍성하다”며 “지나간 계절을 후회하지 않고, 제철이 아니라고 해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마음”을 상기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가로수를 두고는 “날마다 같은 자리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가 도시의 기억을 만들고, 사람의 마음에 들어선다”고 말한다.

글은 다채로운 영화와 문학, 회화 등을 식물과 엮어내며 깊이를 더했다. 제라늄꽃은 독일 작가 괴테의 색상환(色相環),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과 연결해 알록달록한 풍경을 이룬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뭉근한 수프를 한 숟갈 크게 뜬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도 잘 웃는 만큼 속으로 많이 운다”는 저자의 말처럼, 속울음을 그치기 힘든 이들에게 다독임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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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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