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대만 작가 천쓰홍, 몸으로 쓴 가족사

41 minutes ago 1

◇아홉 번째 몸/천쓰홍 지음/400쪽·1만9800원·민음사

남존여비 사상이 절대적이었던 1976년 대만 장화현의 융징향. 천씨 집안의 장남으로 아들을 낳아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딸만 일곱을 낳다가 마침내 여덟 번째에 아들을 얻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남자 혼자 일곱 누나를 상대하긴 쉽지 않다’는 걱정에 다시 한번 도박에 나선다. 그리하여 태어난 아홉 번째 ‘몸’인, 소설가 천쓰훙(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의 장편소설 ‘귀신들의 땅’은 대만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진딩(金鼎)상과 진뎬(金典)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았으며, 15개 언어로 출간되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한국에도 ‘대만 문학 붐’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작가이지만 누군가 글 쓰는 이유를 물으면 “우리 가족 때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평생 가족을 부양하느라 쉴 틈 없이 일했던 아버지, 아들을 못 낳아 구박받던 어머니, 제각각인 성격의 일곱 누나와 사랑을 독차지해 버릇이 나빠진 ‘방구석 여포’ 형, 그리고 가부장적 집안에서 태어난 동성애자인 자신까지.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가족사에 들어 있다.

저자는 가부장제의 온갖 제약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몸에 쌓인 보이지 않는 상처를 글쓰기를 통해 들여다본다. 가족의 기억과 성장의 슬픔을 진솔하게 바라보면서 시골의 제약, 고교 폭력과 체벌, 동성애자로 겪은 방황과 차별, 독일 타향살이까지를 모두 ‘몸’을 매개로 펼쳐 보인다.

대만의 시골 융징향에서는 자신을 “농가의 불량품”이라고 봤던 저자는 글을 통해 점차 특별한 몸의 스펙트럼을 개척해 나간다. “뚱뚱함에는 이야기가 있고 짙은 주름에는 기억이 있다”면서.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은 대만의 평범한 사람들이 억압의 시대를 살아내며 겪은 몸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글을 읽는 이유엔 새로운 정보를 알고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있지만, 공감과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힘이 훨씬 클 때도 있다. “나를 활짝 여는 글쓰기”의 담담하면서도 힘 있는 여정이 담긴 책이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정치 한 컷

    정치 한 컷

  • HBR 인사이트

    HBR 인사이트

  • 프리미엄뷰

    프리미엄뷰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