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북쪽은 왜 지도 위에 있을까… ‘동서남북’에 숨은 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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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에 북쪽 위치시키는 건 르네상스 시기 유럽서 생긴 관습 지리적 개념보다 권력 따라 반영 ◇지리의 기원/제리 브로턴 지음·박세연 옮김/296쪽·1만9800원·알에이치코리아 푸른색의 신비로운 구슬 같은 지구를 담은 사진 ‘블루 마블’. 1972년 아폴로 17호를 타고 달로 향하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승무원은 지구를 떠난 뒤 다섯 시간이 지났을 때 카메라를 들고 지구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그런데 필름을 현상한 뒤 NASA 직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인화된 사진 속에는 구름이 뒤덮인 남극이 맨 위에, 아프리카 대륙이 정중앙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비행사가 찍은 사진엔 남과 북의 구분이 없었다. 직원들은 이 사진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북쪽이 위로 가도록 사진의 방향을 바꿔 배포했다. 이렇듯 모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네 가지 방향 동서남북, 그 기준은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 이 네 가지 방향이 인류의 문화와 역사, 정치, 인식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영국에서 지도사를 20년 넘게 연구한 권위자인 저자가 고대 종교의 제례 의식부터 세계 지도, 디지털 내비게이션까지 넘나들며 그 관계를 드러낸다. 책은 동쪽으로 시작해 정오에 태양이 하늘의 정점에 도달하는 남쪽, 그 반대 방향인 북쪽, 태양이 저무는 서쪽 순으로 각 방향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한다. 히브리 문화는 동쪽을 중요시했지만 초기 이슬람은 남쪽을 선호했다.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서 북쪽을 지도 위로 올려놓는 관습이 생겨났다. 아즈텍 문명은 다섯 가지 색으로 구분된 방향 체계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는 정치나 권력, 언어와도 맞물렸다. 국제 정치에서 쓰이는 용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기준에 따라 인도나 중국을 포함하기도 하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빼놓기도 한다. 이는 이 단어에서 ‘사우스’가 ‘남쪽에 있다’는 지리적 개념보다 국제 정치와 경제에서의 위치를 더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지도의 ‘길 찾기’ 기능이 현실 속 길 대신 파란 점을 바라보게 만들면서 전통적인 방향 감각을 약화시킨다. 나침반을 매개로 ‘누가 세계를 어떻게 배치해 왔는가’를 묻는 동시에 세계를 읽는 틀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탐구서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광화문에서 이준식의 한시 한 수 게임 인더스트리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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