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무용수/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안진희 옮김/516쪽·2만4000원·북모먼트
에디트 에바 에거 박사에게 따라붙던 별명이다. 1927년 헝가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44년 홀로코스트 속으로 내던져졌다. 가족과 함께 끌려간 곳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는 종전 뒤 미국으로 건너가 쉰이 넘은 나이에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심리치료사로 활동했다.
에거 박사의 회고록인 이 책은 한 인간의 생존담을 넘어, 평생에 걸쳐 트라우마와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마지막 증언처럼 읽힌다.
저자는 ‘상처를 입지 않는 삶’이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부모는 수용소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었고, 발레 무용수였던 그는 수용소 안에서 악명 높은 나치 독일 의사 요제프 멩겔레 앞에서 춤추도록 강요받았다. 하지만 에거 박사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건 자신이 처한 조건 자체가 아니라, 그 조건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고.심리치료사가 된 그는 자신의 기억뿐 아니라 수많은 내담자들의 고통도 함께 들려준다. 거식증에 시달리는 소녀, 자녀를 자살로 잃은 부모, 암 선고 앞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 저자는 희생자의 사고방식에 갇히는 순간, 인간은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의 간수가 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우리를 희생자로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벌어진 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희생된 사실에 집착하기로 선택할 때 희생자가 된다”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처럼 남는다.
에거 박사와 안네 프랑크는 수용소로 끌려갔을 당시 비슷한 나이였고, 비슷한 시대를 통과했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목격했지만, 인간 존재의 선량함과 연민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책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다시 살아가기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역시 끝까지 증명해 보인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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