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칸영화제]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파더랜드’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9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는 ‘동시대 최고의 배우’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인물이다. 영화 ‘추락의 해부’로 2023년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칸에 동시에 진출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도 세계적 호평을 받아서다(같은 해 칸영화제 2편 동시 진출).
이뿐이 아니다. 그는 올해 2월엔 베를린영화제에서 영화 ‘로즈’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한 SF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연으로도 열연했다.
이렇듯, 산드라 휠러는 언제나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마력을 가진 배우다. 그가 뛰어난 작품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가져서인지, 그가 출연했기에 ‘걸작’이 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산드라 휠러는 ‘2020년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 스타’의 수준을 넘어선다.
산드라 휠러의 주연의 신작 ‘파더랜드’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작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에 진출했다. 그가 출연한 ‘파더랜드’가 역시나 이번에도, 영화제 초반부터 또 이변을 일으키는 중이다. 칸영화제 참석 기자들이 늘 주목하는 영화 전문 매체인 스크린데일리 그리드 평점에서 ‘파더랜드’가 16일(현지시간) 3.3점(4점 만점)으로 현재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스크린데일리 평점이 ‘3점’을 넘는다는 건, 저널리스트와 평론가로 구성된 10여명의 평가자 대다수가 만점인 4점, 좀 모자라도 3점을 줘야 겨우 달성 가능한 점수다. 물론 영화의 평점이란 게 주연 한 명의 힘으로만 획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한 배우의 출연작이 글로벌 영화제에서 연거푸 최고점을 받는다는 건 쉽게 이루기 어려운 결과다. 그의 전작 ‘로즈’도 스크린데일리 베를린영화제 평점 1위를 받았기 때문.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에서 영화 ‘파더랜드’를 살펴봤다.
소설 ‘마의 산’을 집필한 20세기 문호 토마스 만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1949년,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토마스 만과 그의 딸 에리카 만은 서독의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최고의 문학상 ‘괴테 메달’을 받기 위해서였다. 192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마스 만이 자신의 고국으로 향한 이유는, 그러나 따로 있었다. 냉전으로 갈라진 조국 ‘동독’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먼저 상을 받고, 이어 ‘서독’의 바이마르에서도 그에게 주기로 한 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념이 다른 ‘두 조국’이 주는 상을 받기로 했던 토마스 만의 생각은 이러했다. 서독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이고 동독은 공산·사회주의 진영이지만, 두 곳에서 상을 동시에 받으면 갈라졌던 조국이 ‘정치 이상의 예술‘을 구현하는 이상적인 공간이 되리라는 믿음. 토마스 만은 ‘정치를 넘어서는 예술’을 꿈꿨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하는 에리카 만은 아버지 토마스 만을 태우고 독일의 도로를 질주한다.
부녀의 여정은, 그러나 자꾸만 어긋난다. 아버지의 문학적 성취가 이념을 초극하는 예술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던 토마스 만의 아들이자 에리카 만의 오빠인, 클라우스 만이 프랑스 니스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하지만 아버지 토마스 만은 “어차피 내놓은 자식”이란 이유로 자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딸 딸에게 전한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의 부름’을 수행하고, 또 ‘조국의 미래’를 위해 여정을 멈추지 않으려는 아버지를 보며 에리카 만은 번뇌에 휩싸인다.
이 여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의 여정은 과연 영광스러운 여행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영화 ‘파더랜드’는 국가와 이념이 무엇인지를 묻는, 거시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조국이 과연 개인과 개인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정치와 무관한 예술은 과연 가능한지를 물으면서, 예술이 초극하려는 정치까지도 싸잡아 비판한다. 이념과 정치가 개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를 질문하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에서 토마스 만은 조국이 망가지고 있는 상황을 피해 1933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 영화의 시점인 1949년 그의 국적은 ‘미국’이었다. 그가 소설 ‘마의 산’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가 1929년이었으니, 그는 영광의 시간을 조국에서 보내고 이후 조국을 피해 타지로 간 인물이었다.
토마스 만의 삶을 우리식으로 설명하자면, 노벨문학상 등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을 수상한 작가가 대한민국에서 주는 상을 받고, 연이어 ‘북한’으로 건너가서 비슷한 무게의 또 다른 상을 받는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가 ‘예술은 정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과연 남북한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일 수 있을까. 이는 대단히 논쟁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즉 영화 ‘파더랜드’는 단지 토마스 만의 추구했던 이념과 국가는 어떤 모습인지를 묻는 차원을 넘어서서, 20세기가 말했던 조국(fatherland)을 물려받은 다음 21세기 세대가 이념과 국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개인을 넘어서는 국가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파더랜드’는 우리에게 남긴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에리카 만은 이 영화에서 토마스 만의 ‘윤리적인 시험대’로 기능하며, 이 영화가 에리카 만의 고뇌와 눈물과 자조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는 단지 토마스 만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파더랜드’는 과연 본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수상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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