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억달러 법률 무역 적자 시대
무조건적인 해외 로펌 선임 관행 제동
한국 로펌이 서면·협상 주도하면서
현지 필요 자문만 비용 청구 원천 차단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확대로 연간 법률 무역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해외 로펌 의존에서 벗어나 국내 로펌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인 비용 방어에 나서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약 15억4030만달러로 2011년 5억210만달러 대비 약 3배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법률 무역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주된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과 그에 따른 현지 로펌 선임 비용의 급증이 있다. 앞서 네이버가 북미 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할 당시 현지 규제를 풀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의 초대형 로펌인 ‘커클랜드 앤 엘리스(Kirkland & Ellis)’를 선임하며 막대한 자문료를 지출하기도 했다.
끝없이 치솟던 법률 무역적자 증가세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올해 1분기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3억241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하며 4분기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국내 로펌의 주도권 확보’를 꼽는다. 그동안 해외 대형 로펌에 막대한 자문료를 지불하며 뼈아픈 경험을 쌓은 기업들이 나름의 대응 노하우를 터득한 데다, 국내 로펌들이 딜 전면에 나서 현지 로펌의 업무 범위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전체적인 비용 구조가 훨씬 효율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무법인 율촌, 광장 등 대형 로펌들은 현지 주요 기관과의 네트워크와 규제 환경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로펌과 협업하더라도 서면 작성부터 협상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경제제재나 대규모 합작법인(JV) 설립 업무 등에서도 한국 로펌이 전체적인 소통을 전담하고 꼭 필요한 핵심 이슈에 대해서만 미국 로펌의 조언을 받아 고액의 비용 청구를 원천 차단하는 추세다.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업무 협력 로펌인 SJKP의 협업 체제 역시 초기부터 양국 로펌이 한 팀으로 밀착 대응해 중복 자문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미국 내 크로스보더 비즈니스 인수 분쟁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분 인수 후 매도인 측의 계약 위반으로 현지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된 복잡한 사안이지만 이들은 고액의 현지 로펌에 끌려다니지 않고 계약 검토부터 반소 전략까지 공동 수립하며 의뢰인의 비용 누수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될수록 이 같은 ‘주도적 협업 모델’이 법률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 로펌에서 활동하는 한 외국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의 사내 법무 역량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지 로펌에 전적으로 기대던 과거의 관행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 로펌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해외 법률 리스크를 직접 통제하고 국부 유출을 막는 원스톱 융합 서비스가 세계적 기업들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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