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는 영어 ‘Rare Earth Elements’(땅속에 거의 없는 물질)를 일본에서 ‘희귀한 흙(稀土)’으로 번역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그대로 쓰고 있는 이름이다.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통칭이다. 희토류란 명칭과 달리 그렇게 희귀한 자원은 아니다. 희토류 중에서도 가장 매장량이 적다는 툴륨, 루테튬조차 금이나 은보다 많다고 한다. 다만 자연 상태에서 단독 원소로 존재하지 않고, 200여 가지 광물 속에 다른 희토류 원소와 결합해 존재한다. 희토류 패권은 희토류 매장량보다 분리·정제 능력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희토류 생산과 공급은 미국과 호주 등 서방 국가가 장악했다. 이 구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 환경단체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하면서부터다. 희토류 1t을 정제하려면 6300만L의 황산 혼합 폐가스, 20만L의 산성 폐수, 1.4t의 방사성 공업폐수 발생을 감내해야 한다. 미국 내 희토류 광산회사들이 소송에 몰리고, 빌 클린턴 행정부의 환경보호 기조까지 겹치자 미국 내 대부분 희토류 광산이 폐쇄됐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게 중국이다. 1992년 남순강화 중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지침을 내린 뒤 이후 30년에 걸쳐 치밀한 희토류 공급망 구축 작업이 이뤄졌다.
미·중 관세 협상에서 희토류가 중국의 협상 무기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원소 중에서도 자국이 정제 능력을 100% 독점하고 있는 7종의 중(重)희토류에 대해서 수출을 통제한 게 미국의 목줄을 죄고 있다. 중국의 금수 희토류에는 전투기에 수십, 수백㎏이 들어가는 사마륨과 전기차 모터 등 자석이 필요한 모든 곳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 등이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먼 훗날을 내다보지 못한 클린턴의 어설픈 결정과 덩샤오핑의 주도면밀한 판단이 미·중 간 희토류 패권을 갈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탐내는 가장 큰 이유도 희토류다. 국가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자원 분야는 이념에 좌우되지 말고 국익만 보고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