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철도공단이 올해부터 철도 BIM(건설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현장 적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철도 BIM 로드맵'을 마련한 뒤 지침과 제도적 기반을 다져온 공단은 올해 '철도 BIM 활성화 계획'을 확정하고 통합 설계·시공 특성화 체계에 착수했다. 충북선 고속화 사업이 첫 전면 적용 사례로 향후 전국 확산을 이끌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철도 BIM은 철도 전 생애주기 정보를 3차원으로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전환 기술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설물의 형태와 구조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시공·운영 과정과 데이터를 연계해 오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로드맵 수립 이후 지침과 심사 제도를 개선하고 지난해까지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왔다.
공단은 올해 충북선 고속화 사업에 '홀드 포인트(Hold Point) 기반 전면 설계 BIM'을 도입한다. 설계심사·자문·심의 과정에서 BIM 모델을 기준으로 검토를 거쳐 오류가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도록 관리 포인트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기존 2차원 도면 검토와 달리 3차원 디지털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 과정을 통제해 설계 품질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선 고속화는 청주공항~제천 87.8km 구간을 고속화하는 사업으로 경부선과 호남선 사이를 잇는 중부내륙 교통망의 핵심 축이다. 직선화·선형 개량 공사 구간이 많고 교량·터널 등 대형 구조물이 집중돼 설계 충돌 가능성이 높다. BIM을 적용하면 초기 단계에서 구조물 간 간섭을 사전 차단하고 설계 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선 활용 구간과 신설 구간이 혼재된 복합 사업 특성상 디지털 기반 전면 관리의 필요성이 크다.
BIM은 설계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시공과 운영까지 데이터를 연계해 전 주기 관리가 가능하다. 공단은 충북선을 시작으로 공사 장비 배치, 공정 관리, 안전 시뮬레이션 등 시공 과정에도 BIM을 확대 적용하고, 운영·유지관리 단계에서 시설물 데이터를 축적·활용해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공단은 충북선을 철도 BIM 전면 시행의 첫 무대로 삼아 향후 다른 철도 사업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설계 충돌 사전 차단뿐 아니라 시공 단계의 불필요한 변경을 줄여 공기를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중부내륙망 핵심 노선에 BIM을 도입함으로써 국가 철도망 전반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올해 충북선을 기점으로 BIM이 설계와 시공 단계에 실제 적용되면서 철도 디지털 전환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현장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전 노선으로 확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