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의 설레임 속으로… 그곳에선 우리도 풍경이 된다[이원홍 기자의 아트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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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록키 산맥과 캘거리 일대

캐나다 록키 산맥 속의 쿼리 레이크. 짙은 삼림과 하늘을 둘러싼 봉우리들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호수에 몸을 담근 여인이 그 경관을 올려다 보고 있다.

캐나다 록키 산맥 속의 쿼리 레이크. 짙은 삼림과 하늘을 둘러싼 봉우리들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호수에 몸을 담근 여인이 그 경관을 올려다 보고 있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자 호수가 눈을 뜨듯 반짝였다.

피크닉을 하러 왔다가 나무 그늘 아래서 천천히 옷을 벗던 여인이 비키니 차림으로 느리게 물속으로 들어섰다. 시선 위로 펼쳐진 높고 선명한 캐나다 록키 산맥의 봉우리들. 장대한 산군(山群)을 응시하느라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그녀는 그 속에서 그대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토록 크고 매혹적인 배경 속에 스며드들어 그 일부가 된다. 그 매혹에 고통 없이 마음을 빼앗기노라면 세상의 번뇌는 조용히 잊힐 것 같다. 순수한 마음만이 남을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이 일대가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된 이유를 알 듯 하다. 이 곳은 록키 산맥 속의 호수 ‘쿼리 레이크’. 캐나다 내륙 도시 캘거리 인근에 있다.

●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배경 캘거리

누군가 사랑에 빠지고 싶거나 사랑의 설레임을 느끼고 싶다면 고원의 도시 캐나다 캘거리로 떠나 볼만 하다.

해발 1045m에 위치한 그 곳은 여름에도 청량하다. 캐나다 알버타 주에 속해 있는 캘거리의 서쪽으로는 록키 산맥이 지나고, 캘거리 시내와 인근에는 다양한 핫 플레이스들이 있다. 웅장한 자연미를 감상하고 지역 특색이 가미된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캘거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이내로 록키 산맥과 주변 명소에 닿을 수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비 영어 시리즈물 1위(글로벌 TOP10 비 영어 쇼 1위)에 올랐던 드라마 ‘이사랑 통역 되나요?’의 주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이 곳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들이 늘었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깃들고 피어난 장소들을 찾아보면서 ‘사랑의 도시’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캘거리 일대의 매력을 느껴 볼 수 있다.

● 첫 키스의 떨림 ‘쿼리 레이크’

쿼리 레이크는 극중에서 주인공 차무희(고윤정 분)와 주호진(김선호 분)이 첫 입맞춤을 한 곳이다. 통역사와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서로의 감정을 키워나간 곳이다. 가을이면 온통 노란 빛이 드는 곳이지만 속눈썹처럼 짙은 여름의 초록 숲들도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록키 산맥 속의 산악 마을 캔모어타운 곁에 있다. 현지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7개의 봉우리가 12km에 걸쳐 하늘 벽처럼 늘어선 마운트 런들(2949m)과 독특한 모양의 하링 피크(2407m)가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다. 호수가에 수많은 등산로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와 산악자전거 등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야외 결혼식과 피크닉 장소로도 활용된다. 천천히 걸어서 호수를 한 바퀴 돌다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호수의 물빛과, 호수 주변을 멀고 가깝게 둘러싼 산맥들이 다양한 각도 속에서 변하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풍경의 음악과 동물들, 카나나스키스 호수 가는 길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가는 길에 만난 무스.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가는 길에 만난 무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또 다른 로맨틱한 장소를 찾고자 한다면 쿼리 레이크 인근의 카나나스키스(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를 방문해도 좋다. 주인공들이 극 중에서 밤하늘의 황홀한 오로라를 본 곳이다. 카나나스키스 호수로 가는 길은 그 길 자체가 소리 없는 음악 같았다. 키 큰 침엽수의 바다 사이로 물결처럼 굽이치고 휘어지는 길 위를 부드럽게 달리다보면 여름의 입구에 들어서고도 아직 흰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쉬지 않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빠르게 전환되는 광대한 장면들에 눈길을 빼앗겨 아무도 말을 않고 있는 침묵 속에서 갑자기 “꺄아∼”하는 고음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행이 급히 차를 세우고 내다본 숲에서는 현지에서도 드물게 만난다는 무스(말코손바닥사슴)가 풀을 뜯고 있었다. 몸길이 2.5∼3m, 어깨 높이 1.4∼2m까지 자라는 덩치 큰 무스는 이 곳에서도 인기가 높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밖에도 커다란 갈색 곰이 나타나거나 산양의 무리가 자주 길을 막았다.

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 전경.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어퍼 카나나스키스 호수 전경.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이렇게 도착한 카나나스키스 호수는 크고 웅장했다. 현지인들이 그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그 기회는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그 호수의 풍경과 그 호수로 가는 길은 충분히 멋진 경험을 전해준다.

● 캐나다 산악마을의 진수 ‘캔모어타운’

이들 호수 외에 캔모어 타운 자체를 천천히 거닐며 돌아볼만하다. 역시 드라마 속 배경이었던 이 곳은 캐나다 록키 산맥의 품안에 자리한 인구 1만7000여 명의 전형적인 산악마을이다. 쓰리 시스터즈, 하링 피크, 마운트 런들 등 어느 곳을 보아도 둘러싼 산들이 있고 여러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위에 언급한 호수들과도 가깝고 인근 밴프 국립공원과도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캘거리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이 곳에는 선주민출신으로 캐나다의 자연과 동물을 과감한 색과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고 있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제이슨 카터의 갤러리(카터-라이언 갤러리)가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캘거리 공항에도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캔모어에는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는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고, 가게들도 훨씬 더 독특하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지역 식재료 등을 활용한 다양한 레스토랑과 지역 양조장에서 생산된 맥주 가게들이 있다. 4km에 걸쳐 산길을 오르며 주변절경을 감상하는 그래시 레이크 트레일을 비롯해 많은 하이킹과 산책 코스가 있다. 자전거와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고 인근 보우강에서는 래프팅을 할 수 있다. 웅장한 록키 산맥을 배경으로 182m(600피트) 고저차를 자랑하는 챔피언십 코스를 지닌 실버팁 리조트 등 여러 골프장들이 있다. 록키 산맥 사이를 날아보는 헬리콥터 투어도 가능하다.

● 밴프국립공원과 레이크 루이즈

밴프국립공원 설퍼 마운틴을 오르는 곤돌라.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밴프국립공원 설퍼 마운틴을 오르는 곤돌라. 알버타주관광청 제공
밴프국립공원은 1885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 아래 밴프 타운은 드라마 속의 제작진들이 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다. 곤돌라를 타고 설퍼 마운틴(2281m)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동안과 설퍼 마운틴 정상에서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펼쳐지는 웅장한 록키 산맥의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 속에는 나오지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대표적인 명승지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즈도 인근에 있다.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로 채워진 에메랄드 빛 호수가 급경사의 절벽에 둘러싸여 있는 인기 절정의 명소다. 이 곳에서 노 젓는 보트를 타거나 인근 산이나 호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다. 이 호수 앞의 호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을 선사한다.

● 캘거리 핫 플레이스

크레센트 하이츠에서 본 캘거리.

크레센트 하이츠에서 본 캘거리.
캘거리 시내와 인근에도 다양한 명소들이 있다. 캘거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191m의 캘거리 타워다. 150m 높이에 있는 전망대에서 그 일대의 광활한 전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 아래층에 회전 레스토랑이 있다. 캘거리 도심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보행자 전용도로가 마련된 스티븐 애비뉴에 가보자.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밀집한 곳이다. 캘거리 도시 전체의 인상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보우 강을 끼고 있는 언덕인 크레센트 하이츠에 가면된다. 캘러리 전체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가장 멋지게 보이는 전망 명소다.

지역민의 생생한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매주 금, 토, 일요일에 문을 여는 지역 농산물시장 크로스로드 파머스 마켓에 들르길 권한다. 극중 주인공들이 함께 장을 보러 갔던 곳이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과일 축산물 집산지다. 지역 명물인 꿀과 메이플 시럽을 구할 수 있고, 사과와 체리 등 싱싱한 과일을 맛볼 수 있다. 이 안에는 과일가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공예품과 오래된 레코드가게, 골동품, 기념품 가게 등 흥미를 끄는 점포들과 다양한 식당들이 잔뜩 있다. 150개의 점포들을 돌아보며 숨은 보물찾기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서부개척시대 캐나다의 역사와 다양한 스토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헤리티지 파크도 빼놓을 수 없다. 옛 기마경찰대 막사, 통나무로 지은 오페라 하우스 등 옛 건물들을 재현해 놓았고 각 건물들마다 그 역사적 배경과 관련인물들에 대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 보고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공원을 일주하는 증기기관차도 있다.

캘거리 시내에서 미식 경험을 하고 싶다면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 ‘메이저 탐(Major Tom)’, 아시아 지중해식을 선보이는 ‘오차드(Orchard) 레스토랑’, 한국인 세프가 운영하는 ‘불’(Bul) 등 현지의 인기식당을 주목할 만하다.

● 공룡천국과 티라노 사우르스의 위용

로열 티렐 박물관의 티라노 사우르스 화석.

로열 티렐 박물관의 티라노 사우르스 화석.
캘거리 인근 배드랜즈의 ‘홀슈캐넌’은 침식이 빚어낸 독특하고 외계행성을 연상시키는 지역이다. 그 황량하고 기이한 골짜기를 걷다보면 아득히 다른 곳에 온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인근의 ‘로열 티렐 박물관’은 일대에서 발굴되는 공룡화석을 세계 최대 규모로 전시한다. 연구원들이 실제 화석을 발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뛰어가는 동작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블랙 뷰티’로 불리는 검은 색 티라노 사우르스의 화석 앞에 서면 화석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역동적이고 생생한 기운을 전해준다.

글·사진 캘거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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