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이 18일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2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이예원은 황유민을 결승에서 4&3으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첫 매치 퀸 영광을 안으며 시즌 3승 고지를 밟았다. 사진제공 | KLPGA
이예원(22·메디힐)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였던 2023년 3승을 거두며 상금, 대상, 평균타수 1위에 올라 ‘우승 없는 신인왕’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다승왕(4승)은 임진희에게 넘겨줬지만 시즌을 관통하는 최고 선수로 우뚝 서며 ‘대세 시즌1’을 열었다.
그리고 2024년.
6월 초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았다. 누가 보더라도 또 한 번 이예원의 시간이 온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다. 공동 다승왕(3승)을 차지했지만 상금 7위, 대상 4위 성적은 성에 차지 않았다.
시즌을 마친 뒤 그가 진단한 ‘부진’의 원인은 ‘체력 부족’. 하반기 여러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원인이 체력에 있다고 보고 겨울 동안 몸집을 불리고 근육량을 늘리는 등 훈련에 매진했다. 체중을 불리기 위해 호주전지훈련 동안 미숫가루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고, 러닝 등으로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새롭게 시작된 2025시즌.
공부 잘 하는 우등생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파악해 이를 보완한 뒤 한 단계 더 성장하듯 이예원은 한 층 단단해진 몸과 마음으로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두 번째 대회이자 국내 개막전으로 펼쳐진 4월 초 두산건설We’ve 챔피언십에서 올 첫 승을 수확한 뒤 이달 11일 끝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시즌 첫 다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18일 마무리 된 두산 매치플레이에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을 거두는 ‘퍼펙트 행진’으로 2주 연속 우승 및 시즌 3승, 통산 9승을 달성했다.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생애 첫 ‘매치 퀸’ 영광을 안으며 시즌 3승을 달성한 이예원. 사진제공 | KLPGA
2022년과 2024년, 두 번의 준우승 아쉬움을 딛고 생애 첫 ‘매치 퀸’ 자리에 오른 이예원은 “매치 플레이에서 꼭 한번 우승하고 싶었는데 정말 꿈만 같다”며 감격해했다. “루키 때와 지난해에는 결승에서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체력이 좋아진 덕분인지 4강전보다 결승에서 아이언 샷이라든지 모든 플레이가 더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총 30개 대회가 예정된 2025년 KLPGA 투어가 8개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이예원은 7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번을 포함해 톱10 5번을 기록하며 대상(291점), 상금(7억5296만 원), 다승(3승), 평균타수(69.63타)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무서운 폭발력과 함께 3년 연속 3승을 수확했다는 꾸준함도 돋보인다.
지난해보다 빠른 페이스로 3승을 쌓은 이예원은 “내 예상보다 일찍 3승을 달성했다”며 “지난해보다 훨씬 덜 지쳐 있고, 샷 컨디션도 올라와 있다. 여름 더위만 잘 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난해 아쉬움을 되풀이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체력 문제로 주저앉았던 지난해 하반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굳은 믿음과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단독 다승왕을 해 보고 싶다”며 시즌 목표를 ‘단독 다승왕’으로 일찌감치 설정했던 이예원은 3승 고지에 오른 뒤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15억2137만 원·2021시즌 박민지)을 깨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도 공개했다.
체력 약점을 보강하고 나선 새 시즌, 2024년보다 빠른 페이스로 3승을 달성한 뒤 “지난해 아쉬움을 되풀이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밝힌 이예원의 ‘대세 시즌2’가 얼마나 더 강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