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바스케즈 자본시장부문 사장
스위프트 메시지로 블록체인 상 거래 지원
투명성·상호운용성이 판게아 성공 열쇠
“韓, 디지털자산 규제 가이드라인 필요”
“기존 은행들이 하루아침에 수십 년간 구축한 금융 시스템을 버리고 블록체인으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구축하는 모델은 은행이 익숙한 기존 통신망을 사용하면서도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하도록 돕는 겁니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포인트 제로 포럼(PZF) 2026’ 현장에서 만난 페르난도 바스케즈 체인링크 자본시장 부문 사장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 전통 금융(TradFi)과 탈중앙화 금융(DeFi)의 융합을 강조했다.
체인링크는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로 안전하게 연결하는 오라클(Oracle) 네트워크이자 서로 다른 블록체인끼리 호환될 수 있는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을 제공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이다.
체인링크는 한국과 유럽연합(EU) 50여개 은행들이 참여한 원화·유로화 스테이블코인 국제송금·외환거래 실증 프로젝트 ‘판게아’를 이끄는 핵심 파트너사다.
바스케즈 사장은 프로젝트 판게아에 대해 은행들이 기존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통신망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하는 혁신은 기존 인프라의 파괴(Disruption)가 아니다”고 단언하며 “전통 금융과 디파이의 융합은 파괴가 아닌 점진적인 유기적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유로화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바스케즈 사장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과 독일,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세계적인 제조 강국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는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나 유로화로 직접 대금을 결제하려는 막대한 수요를 갖고 있다”며 “수조 달러 단위의 양자 간 무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브릿지 통화인 달러를 거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화·유로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자금 이동성과 효율성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결국 시장의 수요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바스케즈 사장은 최근 대형 거래소들이 장외(OTC) 외환 및 귀금속 데이터를 온체인에 올리기 위해 체인링크를 채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에 입력되는 데이터가 미국 나스닥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조작 없이 전달됐다는 점을 암호학적으로 증명하기를 원한다”며 “체인링크가 지난 수년간 수백만달러 규모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입증한 무결성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금융권의 웹3(Web3) 도입을 위한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글로벌 은행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명확한 서비스수준협약(SLA)과 책임 소재를 따지듯 블록체인 도입 시에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신뢰할 수 있는 표준 규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스케즈 사장은 “유럽은 미카(MiCA)나 도라(DORA), 미국은 통화감독청(OCC)의 가이드라인 등 명확한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있지만 한국 은행권은 아직 참고할 만한 공통된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나 모범 사례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나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만 기관들의 본격적인 온체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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