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대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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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십조원 규모 초과세수를 대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정부 내에서 부상하고 있다. 투자 재원을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마련할 계획이지만, 환율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 보유 외화를 허물기보다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원화로 걷은 초과세수를 대미 투자를 위해 달러로 바꾸면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는 만큼 외환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외환보유액 늘려야

초과세수, 대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나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 초과세수 일부를 대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라는 최후의 안전판을 허무는 대신 초과세수를 쓰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SNS에 “반도체 특별 호황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부(초과 유동성)를 해외 투자와 미래대응기금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투자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진 않았지만 대미 투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 타결한 한·미 관세협상에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가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

당초 정부는 5월 말 현재 4269억9000만달러인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운용 수익률을 연 4%로 잡으면 연간 투자 한도의 85%인 170억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족한 금액은 이달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이하 공사) 채권 발행 등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올해 ‘40조원+α’의 초과세수에 이어 내년부터 최소 2~3년간 매년 세금이 100조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외환 운용 수익은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는 데 쓰고, ‘슈퍼세수’를 대미 투자에 활용하는 편이 국익에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넘게 1500원을 웃돌면서 외환당국 내부에서도 외환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잇단 구두 개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건 외환당국에 실개입할 실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장 참가자가 간파하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시장 개입용 실탄인 외환 운용 수익을 대미 투자에 써야 하다 보니 외환당국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원화로 걷은 초과세수를 달러로 바꿔 대미 투자에 쓰면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초과세수 활용은 당장 추진하기보다 환율이 안정되면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대미 투자는 10~20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탄력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택의 폭 넓어져

현재로서는 슈퍼세수에 따라 확대된 재정 여력을 기반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추가 발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외평채 추가 발행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대미 투자에 쓸 수 있는 운용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올해 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는 50억달러다. 초과세수로 국가 채무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추가경정예산이나 내년 예산안에서 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초과세수로 공사 자본금을 늘리고, 공사는 커진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외화 채권을 발행해 대미 투자 재원으로 쓰는 방안도 있다. 공사 법정 자본금은 2조원인데, 현재 정부는 1조1000억원을 납입했다. 이 역시 추경 또는 내년 예산안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카드다. 정부 관계자는 “초과세수로 공사 채무를 상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만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음달 2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일규/남정민/정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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