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들고 난입한 학생을 맨몸으로 제압해 대형 참사를 막아낸 미국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제자들로부터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교장을 학교의 가장 큰 축제인 졸업파티 '프롬'의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3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폴스 밸리 고등학교의 커크 무어 교장이 올해의 '프롬 킹(Prom King)'으로 선정된 소식이 전해졌다. 프롬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치르는사교 댄스 파티로, 통상 학생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남녀를 각각 '프롬 킹'과 '프롬 퀸'으로 선출한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무어 교장은 프롬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장에 모인 학생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고, 무어 교장은 제자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무대 중앙으로 입장했다.
이어 머리에 '프롬 킹'을 상징하는 왕관을 쓴 무어 교장은 아이들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여 감동을 자아냈다. 관련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장 총격범을 진압한 영웅이 프롬 킹이 되어 너무 기쁘다"며 응원을 보냈다.
무어 교장은 이 학교의 영웅이다. NBC 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해당 고교에는 이 학교 졸업생인 빅토르 리 호킨스(20)가 자신의 아버지가 소유한 반자동 권총 두 정을 들고 난입했다.
호킨스는 학교 로비를 점거한 뒤 학생들에게 바닥에 엎드리라고 위협했다. 이어 한 학생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으나 다행히 총기가 고장 나며 첫 발포는 실패로 돌아갔다.
고장 난 총을 고친 호킨스는 다른 학생을 향해 다시 사격했으나 탄환은 빗나갔다. 보안 카메라 영상에는 공포에 질린 두 학생이 자비를 구하자 호킨스가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다른 학생들도 급히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순간 교장실에 있던 무어 교장이 문을 박차고 나와 호킨스에게 몸을 날렸다. 무어 교장은 호킨스를 주변 소파에 얼굴을 대고 엎드리게 밀어붙인 뒤, 다리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버텨냈다.
이어 그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고, 뒤이어 달려온 교감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완전히 제압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무어 교장이 붙잡고 있던 호킨스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그는 14명의 사망자를 낸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모방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킨스는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무어 교장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해 충격을 안겼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된 호킨스는 살인미수 및 공공장소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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