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저축률 41.7% vs 투자율 25.3%
괴리율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추월
반도체로 번 달러 국내 안 오고 해외로
거주자 외화예금은 933억달러 육박
“韓흑자, 미국 자산 매입으로 재환류”
삼성·SK 등 수출 기업에 “즉시 환전”
총저축률과 국내총투자율간 격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저축 여력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지만, 정작 국내 실물 투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투자를 위한 ‘돈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고 본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저축률은 41.7%, 국내총투자율은 25.3%로 집계됐다. 두 지표의 격차는 16.4%포인트에 달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남긴 비율을 뜻한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설비·건설·연구개발·재고 등 국내 실물투자에 투입된 비율을 가리킨다.
총저축률과 국내투자율 격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국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과 내수 부진 등 국내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저축률과 국내투자율 간 격차가 1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격차는 15.1%포인트에 달했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기업 투자와 건설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총투자율이 직전 분기보다 약 10%포인트 급락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국내 투자가 붕괴해서라기보다 반도체 수출가격과 기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저축이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총저축률 41.7%는 1988년 이후 약 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는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유형자산 취득액을 뺀 금액이 약 23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약 4조원 대비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문제는 과도한 초과저축이 해외에 머물 경우, 원화값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달러당 원화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달러 환전 시기를 늦추며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4월 기준 933억달러로, 전월비 약 77억달러가 증가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이를 모두 흡수하기 어려워 상당액이 미국 현지 투자와 금융자산 매입 형태로 다시 미국에 환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수출 대기업의 환전을 독려하고 있다. 재경부·산업부는 차관 주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과 만나며 수출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해당 간담회서 정부와 수출 대기업은 수출대금의 즉시 환전,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유입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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