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5일 제주 서귀포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논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성과급이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도를 손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가운데 최 회장은 미국 내 증설을 두고 “고려 중이고 장소를 찾는 단계”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급을 현금 대신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즉각 개편에는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제도를 만들다 보면 이상한 상황을 마주칠 수 있다”면서도, 이 제도를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당장 손볼 사안은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성과급 담당 임원이 해고됐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성과급 상한을 폐지했으며, 올해 지급률이 기본급의 2964%까지 치솟아 직원들은 수억원 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등이 성과급 상한폐지와 영업이익의 일정비율 배분 등 비슷한 요구를 하면서 논란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메모리 가격과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이른바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 진입)’ 우려에 대해서는 최 회장은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한참 넘어선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수요가 지금보다 최소 60∼100% 더 느는데 공급 증가분은 거의 없다”며 이런 반도체 수급 불균형 상황을 두고 “거의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메모리를 달라는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는다. 고객뿐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나섰다”며 “메모리 확보가 각국의 경제 안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최 회장은 미국 투자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압박에 대해 “늘 하던 얘기라 특이할 것이 없다”면서도 “미국에도 지어야 한다. 고려 중이고 장소를 찾는 단계”라며 반도체 증설을 “한국 반도체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했다.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놓고 불거진 ‘관치’ 논란도 반박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지정해 떠안겼다는 지적에 대해 최 회장은 “전기와 용수, 인재, 부지를 정부와 지자체가 갖춰주는 곳이면 짓겠다”고 했다. 조건이 맞는 곳에 지을 뿐 정부가 입지를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치솟는 메모리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지금은 비정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계속 올리면 ‘칩플레이션’에 부딪히고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다”며 마진을 낮춰서라도 물량으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2일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처음 올랐다. 삼성전자가 1위를 내준 것은 2000년 11월 이후 25년 7개월 만이었다. 이후 두 회사는 1위를 주고받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된 SK하이닉스에 대한 소회를 묻자 최 회장은 “주가는 왔다 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감회는 없었다”고 했다.제주=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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