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의 시대는 끝났다”…서울대 석학, 미래 이끌 6대 질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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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 단장이 18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그랜드퀘스트 포럼'에서 6대 질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이정동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 단장이 18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그랜드퀘스트 포럼'에서 6대 질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인공지능(AI) 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서울대가 인공지능(AI)과 생명, 에너지 분야의 미래 연구 방향을 담은 ‘6대 질문’을 공개했다.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앞으로 수십 년간 학계가 함께 탐구할 질문을 먼저 제시하자는 취지에서다. 서울대는 “한국은 그동안 앞서간 나라들이 던진 질문에 더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며 성장해왔다”며 “추격에서 선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는 처음 던지는 깊고 날카로운 질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2026 SNU 그랜드퀘스트 포럼’을 열고 미래 연구 의제를 발표했다.

공개된 질문은 △AI 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AI는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 △AI는 손상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가 △생명의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 △삶의 의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에너지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 등 6개다.

이 중 절반인 3개가 AI와 관련됐다. 이정동 서울대 그랜드퀘스트 단장은 이날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과 창의가 가치를 만들고, 민주주의는 시민이 정보를 판단해 정치적 의사를 형성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며 "AI가 인지노동과 정보 생산, 정치적 담론 형성에 깊숙이 들어오면 기존 제도의 균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는 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더 크게 연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을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생명과 인간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생명의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는 노화와 수명 연장을 넘어 발생과 성장, 성숙과 노화로 이어지는 생명의 시간을 읽고 조절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빠른 고령화를 겪는 한국 사회와도 맞닿은 질문이다.

‘삶의 의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는 정신건강 연구 측면에서 사람이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번 질문은 서울대가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자,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접수받은 2143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후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의학 등 분야를 대표하는 교수 18명이 토론을 거쳐 최종 6개 질문을 선정했다.

이날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조강연에서 본인이 박사 시절 작성한 아이디어 노트를 스크린에 띄우고 “나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던졌다”며 지금부터 질문을 던질 것을 강조했다. 이준정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기껏해야 200~300개 질문이 접수될 줄 알았는데 2000개가 넘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호기심이 지대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공개된 질문에 도전할 연구진을 선발한 후 다음달부터 연구에 돌입할 계획이다. 초기 6개월에 5000만~1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후 본격 연구 단계에서는 5년간 연간 2억5000만~5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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