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의 '안전권'을 법률로 명문화하고 안전사고 독립조사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의 생명안전기본법안이 29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법 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정부는 각종 재난 사고에 대한 추모사업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신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2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생명안전기본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공동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됐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원칙 아래 법안 심사와 처리 과정에 책임 있게 임했다"고 했다.
법안의 핵심은 안전권의 법제화다. 당정이 생명안전기본법을 추진한 배경엔 현행 헌법이 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국민이 안전을 '향유할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제정을 요구해 왔다.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이 성별·종교·인종·세대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과 노동현장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규정했다.
법 제정안이 공포되면 안전권 증진을 위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국민생명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신설할 수 있게 된다. 원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이었으나, 행안위는 심사 과정에서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쪽으로 수정했다. 위원회는 40명 이내로 구성되며,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생명안전종합계획의 심의와 산업재해·자연재난·교통안전·어린이 안전 등 주요 분야 점검을 담당한다.
안전사고 피해자의 권리도 체계화된다. 피해자는 추모·애도, 재발방지 요구, 신속한 시신 인도 등 13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안전사고를 당한 사람의 가족 및 그에 준하는 관계가 있는 사람, 사고의 목격자로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까지 피해자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안전영향분석 평가제도도 도입한다.
독립조사기구....기존 25개 개별 조사기구와 동시에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신설이다. 국무총리 소속의 상설 행정위원회로 설치된다.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크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안전사고, 국회 소관 상임위의 의결로 요구한 사고 등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해양안전심판원 등 25개 개별 조사기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 조사위원회를 병렬적으로 두는 구조다.
다만 법안을 둘러싼 쟁점도 적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존 재난안전기본법과의 중복이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생명안전종합계획과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이 각각 유사한 기능을 하며 병존하게 된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선의가 꼭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재난안전평가도 있고 생명안전평가도 있고 평가와 계획이 두 개로 될 수 있어 현장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중앙 부처는 해당 법안에서 명시한 '독립조사위'를 두고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조사와 조사위원회 조사가 병행될 경우 상이한 결과가 도출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사고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도 복수의 조사기관이 단일 사고를 동시에 조사할 경우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재정으로 추모사업 지원
안전사고 시 추모사업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토록 한 조항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20조는 안전사고 발생 시 추모공원, 추모기념관, 추모비 등 추모 관련 시설 건립, 자료 수집 보존·관리, 교육·훈련시설 설치·운영, 기념일 지정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21조는 피해자와 피해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개발·시행, 복합시설 설치 등을 별도로 규정했다.
이들 사업을 비영리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경우 정부가 비용을 의무적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 원안의 내용이었다. 행안부는 논의과정에서 추모 대상이 되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국회 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에서 "위탁받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 보조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의무 조항이 아닌 임의 규정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 조문에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수정됐다.
여야는 다음달 7일 본회의에서 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3 hours ago
3




![“조응천 출마 제안 처음엔 화내…추미애 나오니 수락”[정치를 부탁해]](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4/29/133835498.1.jpg)





![전처 살해 후 시신 유기 시도한 60대 구속…法 "도망 염려" [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ZN.43811686.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