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지역에 활용가치 낮아… 문닫은 캠퍼스 22곳 중 13곳 방치
재단 부실경영 등에 지방대 줄폐교… 활용안 못찾아 해산-청산 지지부진
폐허 부지만 축구장 230여개 규모… “정부 지원-지역 산업과 연계 필요”

전남 광양시 광양보건대가 법인 파산으로 개교 32년 만에 폐교 절차에 들어가자 지난달 23일 정인화 광양시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렇게 밝혔다. 광양보건대는 각종 비리로 촉발된 재정난 끝에 지난달 19일 법원에 의해 파산이 결정됐다.
6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대학 정상화를 위해 힘써 왔던 광양시는 이제 수십만 m²에 달하는 대학 부지 활용 방안을 찾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 시장은 “대학의 존속과 정상화는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인프라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 축구장 230개 규모 폐교 부지 방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폐교 대학 현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폐교한 대학은 22곳이다. 이 가운데 13곳은 아직 해산·청산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들 대학 부지 면적은 모두 165만458m²(약 50만 평)로 축구장 230여 개를 합친 규모다.
일부 대학은 10년이 넘도록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예술대는 2000년 폐교한 이후 26년째 해산·청산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폐교 이후 장기간 방치되면서 일부 캠퍼스는 사실상 폐허로 변해 가고 있다. 최근 찾은 경남 진주시 문산읍 한국국제대 캠퍼스는 정문이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고, 정문 양옆에는 고장 난 트럭과 운행을 멈춘 통학버스가 방치돼 있었다. 버스정류장에는 잡풀이 무성했고,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캠퍼스 주변을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만난 시내버스 기사는 “폐교 이후 폐허나 다름없는 곳이 됐다”며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주변 상권도 완전히 몰락했다”고 말했다.폐교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국제대 캠퍼스에서 유리창 파손, 자물쇠 절단 등 무단침입 흔적과 청소년들의 비행이 의심되는 사례까지 확인돼 논란이 됐다.
● “정부 지원, 지역 산업 연계 활용 필요”
폐교 대학 활용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구 감소 지역에 있는 데다 교통 여건이 열악하거나 도심과 떨어져 있어 이를 인수해 활용하려는 수요가 적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폐교한 명신대(전남 순천)와 건동대(경북 안동) 등이 대표적이다.
초중고교와 달리 부지와 건물 규모가 큰 점도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국제대만 해도 부지 면적이 42만4367m²에 달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해 활용도가 낮은 탓에 공개 매각도 20여 차례 유찰됐다. 여기에 다수 대학이 채무 문제로 청산 절차까지 지연되면서 부지 활용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다음 달부터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을 시행해 잔여 재산 활용과 지자체 협력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지자체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부지를 직접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공개입찰 당시 한국국제대 부지와 건물 감정가도 540억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폐교 대학 증가에 대비해 국책사업이나 지역 산업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경남 밀양시는 2006년 부산대와 통폐합된 뒤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옛 밀양대 캠퍼스를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확보한 예산을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전북대와 전북 남원시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옛 서남대 부지를 유학생 정주형 캠퍼스로 활용하고 있다. 박건우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기간 방치된 캠퍼스를 지역의 새로운 거점으로 되살리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학교법인, 지역 주민이 함께 활용 방안을 찾는 상생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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