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의무 조항 개정 파급효과 – ‘회사엔 손해가 없다’로 끝나지 않는다 [태평양 상법개정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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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충실의무 조항 개정 파급효과 – ‘회사엔 손해가 없다’로 끝나지 않는다 [태평양 상법개정 리포트]

윤정노 변호사
입력 :  2025-08-01 07:00:00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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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이익도 포함됨으로써,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의 이해충돌이 더 명확한 분쟁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은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사의 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 주주 이익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변화는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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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윤정노 변호사
‘회사 손해 없음’ 면죄부 어려워질 전망
분쟁 영역 상당 수준 변화 예상
이사 책임 관련 경영판단원칙 적용때도
‘주주의 이익’ 고려되었는지 따져볼 것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윤정노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윤정노 변호사.

“회사엔 손해가 없었습니다.”

한때 이 말은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일종의 마법 같은 문장이었다. 이사 입장에서는 마지막 방어선이었고,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고약한 허들이었다. 이사가 소수주주에게 불리한 어떤 결정을 하였어도, 그 결정의 당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회사가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였다. 이사는 주주가 아닌 회사를 위해 복무하는 사람이라고 주장되어 왔고, 법문이 그리 되어 있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회사의 이익이 곧 주주의 이익이라고 볼 수 있고, 주주의 개별 이익을 모두 따지면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이러한 결론이 논리적으로 흠결이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발전해 오면서 ‘회사의 이익’이라는 관점만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바로잡아야 할 불편하고 부당한 상황들이 발생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주주의 이익도 보호하여야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상법 개정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사의 충실의무에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미국, 영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주주의 이익’은 ‘회사의 이익’과 대비되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지배주주의 이익’과 대비되는 ‘소수주주의 이익’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지배주주가 존재하고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점을 고려하면, 상법개정을 계기로 지배주주 vs 소수주주의 이해충돌이 조금 더 직접적인 분쟁 영역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어 왔던 불공정 합병비율의 문제(자본시장법에서 일부 규율되고 있다), 저가 신주발행의 문제, 자기주식 처분 내지 활용의 문제,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권 간접화 문제 등에 관하여 기존의 여러 논의들이 있었는데, 이번 상법 개정을 기회로 달리 판단될 여지가 생겼다.

상법 개정 이전에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23년 주주평등원칙에 관한 법리를 구체화하며, ‘주주는 회사와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받아야 하고, 일부 주주에 대한 우월적 권리나 이익의 부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리고 2025년 들어서는 담합행위 과징금 처분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며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판결에서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게 어떠한 이득이 발생하였더라도, 이러한 이득을 이유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회사의 이익’으로써 이사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대법원도 이사의 역할과 책임 범위에 관하여 고민을 하며 판례 법리를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추가되었다고 하여, 이해충돌 분쟁의 양상이나 그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이사가 주주의 사무처리자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배임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고, 현행법과 판례상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여전히 일정한 요건이 요구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에서 확인되는 입법자의 의도에 더하여 최근 법원의 판례 경향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분쟁 영역에서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테면, 회사를 둘러싼 이해충돌에 관한 거의 모든 소송에서 주요한 판단기준 중 하나로 ‘주주 이익에 대한 고려’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강도는 달라지겠지만, 이 경우 주주 전체의 이익도 고려요소가 되고 소외된 일부 주주의 이익도 고려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사의 책임 여부를 따질 때 언제나 등장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그 경영판단 시에 ‘주주의 이익’이 고려되었는지 따져볼 것이다. ‘주주의 이익’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떤 근거들로 검토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분쟁과 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조금 더 확장해서 보면,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히 이사의 책임 범위를 확장한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내에서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방향이 정해진 만큼 이를 세부적으로 완성하는 실무연구, 판례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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