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5세대 실손보험' 둘러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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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5세대 실손보험' 둘러싼 동상이몽

‘기존 실손보험보다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은 대폭 줄어듭니다.’

금융위원회는 6일 출시된 5세대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5세대 실손은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고, 보험료를 기존 4세대보다 30%, 1·2세대 대비 절반 이상 낮춘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60대 여성 기준 1세대 실손 가입자가 5세대로 갈아타고 계약전환 할인까지 적용받으면 보험료가 최대 88.1%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도 과잉진료 논란이 큰 도수치료와 비타민·영양주사 등 비중증 비급여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손해율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속내는 다르다. 5세대 실손이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구조라는 점에는 기대가 있지만, 적극적으로 팔고 싶은 상품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서다. 실손보험은 이미 보험사에 ‘팔수록 부담스러운 상품’이 된 지 오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비급여 보장을 줄였지만, 의료 이용량과 비급여 진료비 증가 속도를 완전히 따라잡지 못했다.

일부 보험사가 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한 판매에 소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보험료 부담 완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판매 이후 손해율부터 계산하고 있다. 더구나 5세대 실손은 기존 상품보다 보장 구조가 복잡하다. 급여, 중증 비급여, 비중증 비급여가 나뉘고 특약 선택 여부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범위가 달라진다. 가입자가 “보험료가 싸다”는 점만 보고 가입했다가 나중에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민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로서도 판단이 간단치 않다. 기존 상품을 유지할지, 갈아탈지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1·2세대 가입자는 오는 11월 시행되는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까지 비교해야 한다. 보험료는 낮아졌지만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판단의 무게는 커진 셈이다.

무엇보다 따져봐야 할 것은 언제까지 이런 땜질식 개편을 반복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실손보험은 2009년 표준화 이후 당국 개입으로 세대 개편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손해율은 개선되지 못했고 보험료 조정과 보장 축소가 반복됐다.

4000만 명이 가입해 국민건강보험에 준한다는 공공성을 고려해도 획일화된 상품 구조를 정부가 사실상 설계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해 볼 문제다. 상품을 몇 년마다 갈아엎는 방식보다 비급여 진료의 가격과 이용량을 관리하는 근본 대책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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