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육아휴직 쓰려면 목숨 걸어야"…국회 보좌진의 하소연

1 week ago 12

[취재수첩] "육아휴직 쓰려면 목숨 걸어야"…국회 보좌진의 하소연

“돌아가면 책상 자리가 사라질까 봐 걱정됩니다.”

연초 딸을 출산한 국회 보좌진 A씨는 육아휴직에 들어간 이후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했다. ‘에이스 보좌진’으로 불리던 A씨지만 “육아휴직을 갔다가 복직에 성공한 사례가 손에 꼽는다”고 호소했다. 9명 안팎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는 의원실은 유독 ‘난 자리’가 눈에 띄는 구조다. 보좌진은 법적으로 공무원이지만, 채용과 퇴직은 사실상 의원 손에 달려 있다. 올해처럼 지방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몰린 해엔 휴직자를 향한 비난이 더욱 쏟아지기 쉽다.

국회에서 육아휴직이 보좌진 퇴사로 이어지는 현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30일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절을 맞아 2021~2024년 육아휴직을 신청한 국회 보좌진 중 복귀 1년 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5명 중 91명(44.4%)이 국회를 떠났다. 절반 가까운 이들이 다시 돌아온 뒤 근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늘공’(직업 공무원)으로 구성된 국회사무처는 같은 기간 퇴사자 비율이 5.1%에 불과했다.

두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제도로 잘 알려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언감생심이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보좌진이 이 제도를 이용한 경우는 남성이 0건, 여성이 64건이었다. 같은 기간 국회사무처는 도합 1만7843건에 달했다.

취재에 응한 보좌진은 육아휴직을 “목숨 걸고 쓰는 것”이라고 했다. 1년 내 국회를 떠난 91명 중 56명은 휴직 후 복귀하지 않은 ‘즉시 퇴사자’였다. 문제는 이들의 선택이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자의 퇴사를 사실상 강제하는 수법 중 하나는 후배 보좌진을 휴직자의 직급으로 승진시켜버리는 것이라고 보좌진은 입을 모았다. 의원실은 보좌관(4급) 2명, 선임비서관(5급) 2명 등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휴직자는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어렵다. 휴직자의 업무는 후배 보좌진 및 대체 인력이 가져가고, 휴직자는 ‘전선 이탈’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구조다. 휴직과 동시에 ‘다른 직장이 좋더라’며 퇴사를 은근히 종용받는 것은 덤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밤잠을 설쳐본 부모라면 안다. 저출생 대책을 부르는 정치권에서 정작 제도의 실무자인 보좌진을 향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 정책의 진정성을 유권자가 믿을 수 있을까. 지난 3월 노동자 권익 신장을 위해 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한 국회에서 ‘아이 낳기 좋은 나라’라는 현수막을 제작한 보좌진이 아이를 낳느라 사표를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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