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염은 아니지만…배우자 발병 땐 다른 배우자 위험 70% ↑[노화설계]

6 hours ago 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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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중 한쪽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다른 배우자의 치매 위험도 약 7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치매가 ‘전염성’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진은 부부가 수십 년간 비슷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생활 습관을 공유한다는 점, 치매 환자를 장기간 돌보면서 겪는 심각한 돌봄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대만 국가위생연구원(NHRI) 연구진은 전체 국민의 약 99%를 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연구데이터베이스(NHIRD)를 이용했다. 1998~2022년 새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배우자 19만1021명을 가려낸 뒤, 이들과 출생연도·성별·소득·거주지역 등을 맞춰 선별한 배우자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76만4084명과 비교 분석했다.

남편이 치매에 걸린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74% 높았다. 아내가 치매에 걸린 남성 역시 치매 발생 위험이 69% 높았다.

이는 상대위험을 비교한 결과다. 실제로는 여성의 5년 치매 발생률은 배우자가 치매가 아닐 때 약 3.7%(100명 중 약 4명)에서 배우자가 치매일 때 약 6.5%(100명 중 약 7명)로 증가했다. 즉 치매 환자가 74명 더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 위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74% 높아졌다는 의미다.

남성의 5년 치매 발생률도 배우자가 치매가 아닐 때 5.75%에서 배우자가 치매일 때 9.24%로 증가했다. 절대 차이는 3.49%포인트였으며, 상대위험은 69% 높았다.이 결과는 여러 만성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향은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절대위험 증가 폭만 보면 수치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령 부부가 수백만 쌍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추가로 발생하는 치매 환자 수는 결코 적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소득이 낮거나 자녀 수가 적은 부부일수록 치매 위험의 절대 증가 폭이 더 컸다. 반대로 소득이 높거나 자녀 수가 많은 경우 배우자의 치매와 자신의 치매 위험 간 연관성은 다소 약했다.

연구진은 저소득 가구는 외부 돌봄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자녀가 적으면 돌봄 부담을 나눌 가족도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녀 수는 가족으로부터 실제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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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교육 수준과 경제 여건, 생활습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경향이 있다. 결혼 후에도 수십 년 동안 같은 집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활동량과 생활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도 서로 닮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부부의 공통 특성을 고려한 뒤에도 배우자가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연구는 배우자 간 치매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설계된 것은 아니다. 보험 자료에는 실제 돌봄 시간이나 수면 상태,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신체활동과 식습관 변화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득이 낮고 자녀가 적은 경우 이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사실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 그리고 신체 활동 감소와 식습관 변화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는 이를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치매 위험은 가족과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치매 위험 평가와 예방 전략에서도 개인뿐 아니라 가구의 생활환경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치매는 개인만의 질병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관리해야 할 질병일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시사한다. 배우자 한쪽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배우자 역시 치매 고위험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기적인 인지기능 점검과 건강 관리, 충분한 돌봄 지원과 휴식 제공 등 가족 단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6.2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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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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