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와 척수 질환을 치료하는 중추신경계(CNS)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데다, 뇌 약물 전달 기술의 발전으로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레켐비’ 흥행 속 치매 임상 급증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CNS 질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지난해 67건을 기록했다. 2021년 37건에서 8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임상이 지난해 총 12건으로 최근 6년 사이 최대를 기록했다. 일라이릴리가 항체 치매 치료제 ‘키순라’의 후속 약물로 개발 중인 ‘렘터네투그’ 임상 3상, 미국 머크(MSD)가 개발 중인 항 타우(tau) 항체의약품 ‘MK-2214’ 임상 2상 등을 승인받아 지난해부터 국내 임상을 시작했다. 노바티스,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다국적 제약사도 국내에서 지난해 알츠하이머 임상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 알츠하이머 치매 임상으로 가장 최근에 승인 받은 곳은 이노퓨틱스다. 지난 2월 후보물질 ‘IPS102’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2023년 7월 출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지난해 7000억원 넘는 글로벌 매출을 내면서 신약 개발회사들의 임상 진입을 자극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레켐비 처방 건수는 2024년 12월 국내 출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1만3719건에 달했다. 연간 투약비용이 5000만원에 이르고,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은 “국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접근성이 좋아 초기 부작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후 키순라에 이어 후속 약이 계속 출시되면 가격 경쟁으로 환자 접근성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전달기술 등 수출 성과 잇따라
CNS 신약 개발 시장에선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비엘바이오를 필두로 이노퓨틱스, 아리바이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약물이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BBB)을 통과해 뇌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BBB 셔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GSK와 약 4조원, 같은 해 11월 미국 일라이릴리와는 약 3조8000억원에 해당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기업인 이노퓨틱스는 치매 치료 유전자(Nurr1과 Foxa2)를 뇌에 직접 전달하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 달에 1~2회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기존 항체 치료제와 달리 1회 투약으로 수년 간 효과를 볼 수 있는 ‘원샷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한국과 미국 등 총 13개 국가에서 수행한 알츠하이머 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을 지난달 28일 마쳤다. 이르면 오는 9월 말부터 주요 결과(톱라인)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푸싱제약과 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최대 7조원에 이전하기도 했다.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는 “과거에 업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영역이 최근 성공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자와 개발 양쪽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커진 만큼 국내 기업에도 후보물질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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