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먹고 자면 악몽? 과학은 이렇게 답했다

15 hours ago 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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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기 전 치즈 섭취가 악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 받았다.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가 주도한 이 연구는 심리학 수업을 듣는 대학생 108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참가자의 40.2%가 특정 음식 섭취가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24.7%는 일부 음식이 수면을 악화시킨다고 밝힌 반면 20.1%는 음식 섭취가 수면을 개선시켰다고 답했다. 참가자의 5.5%에 해당하는 소수의 그룹은 음식이 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수면을 악화시키는 음식으로는 디저트나 단 음식, 매운 음식, 유제품 등을 꼽았다. 수면을 개선하는 음식에는 과일, 채소, 허브차가 포함됐다.

악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 종류로는 유제품이 가장 빈번하게 지목됐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경우 특히 그랬다. 이는 잠들기 전 치즈를 먹으면 이상하고 불안한 꿈을 꾼다는 일부 사람들의 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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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참가자들의 자가 보고에 의존한 설문 자료를 토대로 도출했다. 부정확할 수 있으며,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리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수면과 꿈에 관해 공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 전 유제품을 섭취하면 수면을 방해받는 다는 속설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예언처럼 작용해 실제로 꾼 꿈을 과대평가했을 수 있다.그럼에도 이 연구는 자기 전 먹은 음식과 꿈꾸는 방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즈가 악몽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있다.

호주 센트럴퀸즐랜드 대학교에서 수면과 영양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샬롯 굽타 박사가 이번 연구 결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글을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치즈와 악몽의 과학적 배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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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어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치즈를 먹는다는 것은 몸이 먹고 싶지 않은 시간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밤에는 우리 몸의 생리 시스템이 음식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밤에는 음식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데 낮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잠자기 직전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자는 동안 음식을 처리하고 소화해야 한다. 마치 개펄을 달리는 것처럼 할 수는 있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치즈는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기 때문에 밤에 이를 소화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수면에 최적화해 작동해야 할 몸이 소화 활동을 병행하면 잠을 방해 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음식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특히 생생한 꿈과 관련된 수면 단계인 급속 안구 운동(REM) 수면 시간이 짧아진다.

유제품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인 유당을 분해하지 못 하는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밤에 먹은 치즈를 처리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유당 불내증을 앓는 참가자들이 수면의 질이 낮고 악몽을 더 자주 꾼다고 한 몬트리올대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수면의 질이 나쁘면 밤에 더 자주 깬다. 연구에 따르면 REM 수면 중 깨어나면 생생한 꿈이나 악몽을 꾸었다고 설문에 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약 REM 수면 중에 깨어나지 않았다면 꿈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치즈와 악몽의 문제와 매우 관련이 있다. 잠자기 전 먹는 것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악몽을 꾸다 깨어나 그 꿈을 기억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시간의 문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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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잠자리에 들기 최소 2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치즈를 먹더라도 소화할 여유가 충분하다면 숙면에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우유는 어떨까?

우유는 치즈보다 소화가 더 쉽다. 우유에는 수면을 돕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그렇더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 우유를 마시는 것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우유에도 유당이 들어있기 때문. 우유가 악몽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밤에 치즈나 우유 섭취를 포기하란 얘기가 아니다. 먹고 소화할 충분한 시간을 주면 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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