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급감에 상반기 실적 타격
대손비용 1년새 1800억 증가
경기 한파가 심해지는 가운데 소비에 민감한 신용카드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최근 1년 새 18% 감소했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나면서 카드사의 대손비용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경기 회복의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악화했고, 카드론 규제까지 강화돼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25억원) 대비 18% 줄었다. 1년 새 당기순이익이 2500억원 가까이 줄어들며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35%, KB국민카드가 29%, 우리카드가 10%, 삼성카드가 8%, 하나카드가 5.5% 감소했으며 유일하게 현대카드가 1% 증가했다.
2분기 합산 순이익은 5589억원으로 전년 동기(1534억원)보다 22% 감소해 1분기보다 2분기에 업황이 더 어려웠다.
상반기 실적 악화 배경에는 대손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됐는데 각종 채무 탕감 공약이 발표되면서 일부 차주들이 돈을 갚지 않는 경우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하는 차주들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빚을 갚다가도 갑자기 갚지 않는 차주들이 생기면서 연체채권 회수가 최근 들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은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1조759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9453억원으로 11%가 불어났다. 이대로라면 올해 대손비용으로만 4조원 가까이 지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결제 수수료보다 카드론을 통해 이자 수익을 더 많이 얻고 있다. 하지만 6·27 부동산 대출 규제로 카드론마저 신용대출에 포함돼 규제를 받게 됐고, 성장도 제한되면서 최대 20~30%의 카드론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또 배드뱅크 재원 출연,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핀테크 기업 등의 성장으로 업계 위기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상태다. 올 상반기 6개 카드사 모두 연체율이 하락했는데, 업계 평균으로는 0.19%포인트가 내렸다. 통상 카드사들은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연체율이 지난해 말부터 치솟자, 카드사들은 상반기 내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나섰고, 그 효과가 상반기 연체율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