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다음은 젠슨 황?…'22조 잭팟' 삼성, HBM4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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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자율주행차에 쓰일 인공지능(AI) 칩 생산(파운드리)을 따낸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엔비디아의 눈높이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적기 양산해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쳐 반등 기회를 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반도체 사업 역대 최대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수주했다. 테슬라와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AI 칩(AI6) 공급 계약은 수주 규모 165억달러로 약 2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300조8709억원)의 7.6% 규모이자 삼성전자가 수주한 역대 최대 단일 계약이기도 하다.

계약기간은 지난 24일부터 2033년 12월31일까지다. 수주 규모와 8년5개월에 이르는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볼 경우 연간 2조7000원 수준인데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 매출의 10% 정도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추산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매출 138억700만달러보다도 큰 규모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AI6는 테슬라의 6세대 자율주행용 칩셋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탑재된다는 관측이다. AI6는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생산된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투자가 지연됐던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공장도 빛을 보게 됐다.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테일러공장을 중심으로 한 현지 파운드리 사업도 지속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이다. 테일러공장의 구체적 가동 계획은 하반기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삼성의 텍사스 신규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썼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머스크 CEO는 같은 날 엑스에서 "165억달러라는 숫자는 최소 금액에 불과하다.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닌텐도 스위치2의 흥행 돌풍에도 올라탔다. 스위치2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테그라 T239' 칩셋 생산을 삼성전자가 맡아 12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앞서 나가고 있는 HBM 경쟁력을 연내 입증해야 확실한 반전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AMD에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 안으로는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전달할 예정이다. 내년 중 엔비디아의 루빈 등 AI 제품에 삼성표 HBM4가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HBM4부터는 고집적 패키징 기술이 필요해 파운드리를 함께하는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이익이 감소하면서 전사 실적이 발목을 잡혔다. 때문에 하반기 HBM4를 앞세워 HBM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올라 엔비디아와 HBM3E 12단 제품과 HBM4 공급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도 이번 계약을 놓고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금액 부분에선 큰 수치는 아니지만 선단공정에서 수주가 필요했던 삼성전자엔 충분히 의미 있는 수주"라며 "이번 수주가 향후 파운드리 사업부 가동률 상승에 긍정적이지만 의미있는 수익성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선 AI6 칩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2028년을 전후로 이번 계약에 따른 매출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날 "(삼성 파운드리가) 기존 스마트폰 중심 고객 구조에서 데이터센터와 로봇 등으로 다변화될 수 있고 테일러 팹 고객사를 확보해 미국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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