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한국, 영화 변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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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가운데)이 다른 심사위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12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가운데)이 다른 심사위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아내가 스트레스받는 자리니까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5분 정도 고민했지만 곧바로 수락했습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영화제 개막날 열린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돌이켜보면 칸에서 여러 차례 상영도 하고 상도 받았는데,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 선정을 주도하는 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박 감독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3)부터 ‘박쥐’(2009) ‘아가씨’(2016) 등 대표작들이 연달아 칸에 초청 받으며 ‘깐느 박’으로 불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헤어질 결심’(2022)으로 칸 경쟁부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심사위원단에는 박 감독을 필두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 감독 클로이 자오,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 칠레 출신 디에고 세스페데스 감독, 벨기에 감독 로라 완델, 아일랜드 배우 겸 프로듀서 루스 네가, 코트디부아르 배우 이삭 드 번콜, 스코틀랜드 각본가 폴 라베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1541편의 출품작 중 22편이 경쟁부문에 올랐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비터 크리스마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 라슬로 네메스 ‘물랭’ 등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감독의 작품이 명단을 채웠다.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적 완성도, 예술적 설득력을 중시해온 박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과 맥이 닿는다는 평가다.

박 감독은 이날 영화와 정치를 구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도 예술적으로 뛰어나지 않다면 결국 선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반대로 예술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 귀 기울일 가치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심사 기준으로 예술적 완성도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그는 “아무런 편견이나 선입견, 고정관념 없이 저를 놀라게 만드는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라며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영화에 대한 뚜렷한 견해를 갖고 역사를 아는 전문가로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앞세워 한국 영화가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복귀하고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등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최원정 감독의 단편 ‘새의 랩소디’가 학생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출품되는 등 상영 스펙트럼도 넓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한국은 더 이상 영화 변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심에 들어왔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중요한 것은 훨씬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국 영화를 심사하게 된 입장에 대해선 “좋은 영화로 기대되는 한국 영화가 초대받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제 점수를 더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폐막일인 23일 발표된다.

칸(프랑스)=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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