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떠난 AI 개발… 논문 38%도, 초대형 모델 96%도 기업서 나왔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2 days ago 1

AI 개발에서 산업계 지배력 강화돼… 북미 AI박사 70%가 산업계 진출해
민간 3400억$-美정부 15억$ 투자… 이윤 우선시되면 공익 연구 위축돼
‘AI-토크라시’ 中은 혁신 촉진하며, 기술로 정부 통제력 다시 공고히 해

《美中 AI 전략의 잠재적 위험성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1의 ‘인공지능(AI) 허브’를 구축하겠다”면서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I 2강(强)’으로 꼽히는 미국은 주로 민간기업의 자율성과 시장 경쟁을 통해 AI 혁신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다. 반대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단기간에 AI 강국으로 부상했다. AI 기술 혁신을 향한 두 국가의 상반된 접근 방식은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현대 AI 연구의 세 가지 핵심 동력인 컴퓨팅 파워, 대규모 데이터셋, 고급 연구인력 모두에서 산업계의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북미 지역 대학에서 AI를 전공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자의 산업계 진출 비율은 2004년 21%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약 70%까지 치솟았다. 학계에서 AI 연구를 이끌던 우수 교수진마저 산업계로 대거 이동해 2006년 이후 그 수가 8배나 증가했다. AI 모델의 규모와 성능을 좌우하는 컴퓨팅 파워의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지 분류 기술의 경우, 2021년 산업계에서 개발된 AI 모델은 학계 모델보다 평균 29배나 더 많은 매개변수(parameter)를 사용했다. 이는 산업계가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 캐나다의 국립고등연구컴퓨팅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학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는 2013년 이후 25배 폭증했지만, 공급은 수요의 20%를 겨우 충족시켰다.

이러한 불균형은 AI 투자 규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산업계가 AI에 투자한 금액은 3400억 달러(약 465조 원)를 넘어선 반면, 미국 연방정부의 비국방 AI 연구개발 예산은 15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자회사 딥마인드 한 곳에만 2019년에 15억 달러를 투자한 사례는 산업계의 막대한 자금력을 실감케 한다.

자원 우위는 AI 연구 결과물 차이로 연결된다. 주요 AI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중 기업 소속 연구원이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비율은 2000년 22%에서 2020년 38%로 꾸준히 증가했다. AI 기술의 최전선인 초대형 AI 모델 개발에서 산업계의 지배력은 두드러진다. 산업계 개발 비중은 2010년 11%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무려 96%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산업계 중심의 AI 발전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 연구나 사회적 위험을 완화할 대안적 AI 모델 개발을 어렵게 만들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업적 이윤 추구가 우선시되면서 수익성이 낮은 공익 분야 AI 연구는 자연스레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중국의 안면인식 AI 기술 혁신과 정부의 정치적 통제 강화가 어떻게 상호 강화 효과를 내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중국 내 지역별 정치적 불안 사건 데이터, 지방정부의 안면인식 AI 및 감시 기술 조달 계약 데이터, 그리고 해당 기술을 공급한 AI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수출 실적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불안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지방정부는 다음 분기에 안면인식 AI 기술 조달을 유의미하게 늘렸다. 구체적으로 정치 불안 수준이 1 표준편차 증가하면, 다음 분기의 공공 보안 목적 AI 조달 규모는 약 0.2 표준편차만큼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도입된 안면인식 AI 기술이 실제로 정치 불안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과거 공공 보안용 AI 조달 재고가 1 표준편차만큼 높은 지역에서는, 정치 불안의 발생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4분의 1가량 감소했다.

정치적 통제 목적으로 정부 계약을 따낸 AI 기업들의 기술 혁신 또한 가속화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 계약을 처음 수주한 기업들은 계약 후 2년 동안 평균 약 10개 더 많은 신규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의 해외 수출 가능성도 3배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AI-토크라시(AI-tocracy)’, 즉 AI에 의한 통치 체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정부의 정치적 통제 수요가 AI 기업에는 안정적인 시장과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해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이렇게 발전된 기술은 다시 정부의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미중 양국의 AI 발전 전략이 지닌 명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정책적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은 학계와 중소기업의 AI 연구자원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시작했으며, 중국은 핵심 기술 자립을 위한 민간기업의 혁신 역할을 강조하며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AI 3강’ 도약을 목표로 한 이재명 정부는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AI가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학계, 정부 간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통해 AI 기술 혁신과 사회적 수용성 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AI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과제다.

연구① Nur Ahmed, Muntasir Wahed, and Neil C. Thompson. “The growing influenceof industry in AI research.” Science 379.6635(2023년): 884-886.

연구② Martin Beraja, et al. “AI-tocracy.”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8.3(2023년): 1349-1402.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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