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화백 타계 20주기
‘삼국지’ ‘서유기’ 등 40여 작품 남겨… 전자책 발간-플랫폼 펀딩 등 활발
“고전과 민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만화를 ‘사회 비추는 수단’ 끌어올려”
● “고우영, 만화가 뭔지 알게 해 줘”
청강문화산업대는 3월 20일부터 전시 ‘우리시대 이야기꾼 고우영’을 열고 있다. 만화가 조석은 전시에 보낸 축전에서 “어린 시절 만화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작품이 ‘삼국지’와 ‘십팔사략’”이라고 했다. 강풀도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그 감각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야기꾼
9일 둘러본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의 ㈜고우영은 문을 열자마자 헌책방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곳은 고 화백의 작품 원본과 스케치를 다수 보관하고 있다. 상자를 여니 가로 26.5㎝, 세로 39.3㎝ 하드보드지 원화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고 화백의 필체로 채운 말풍선과 화이트로 수정한 자국도 그대로였다. 가로 6칸, 세로 7칸에 삼국지 등장인물을 그린 ‘인물 도감’도 있었다. ㈜고우영의 신명환 대표(만화가)는 “(고인은) 작중 인물이 죽으면 도감 위에 ‘X’자 표시를 남겼다”며 “인물이 이렇게 많은데 한 명도 중복되는 캐릭터가 없었다”고 했다.
지금 이 시대에 고우영을 다시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신 대표는 각색의 묘미를 강조하며 “선생님은 고전과 민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꾼”이라며 “지금도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선생님 작품을 반드시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올림픽 당시 퐁피두센터에서 열렸던 만화 전시에서 한국 작품은 없었던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K웹툰이 유명하다고 해도 어떤 분야든 계보를 아는 게 기본이겠지요. 해외 만화 평론가들, 연구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고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우리 만화 문화유산의 번역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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