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 없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이상윤 축구 해설위원이 울먹이며 반복한 말이다. 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6월 2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상무와 전북 현대의 경기였다. 이 위원은 이날 김천종합운동장에서 현장 중계를 했다.
전북이 1-0으로 앞선 후반 8분이었다. 전북 스트라이커 안드레아 콤파뇨가 빠른 침투에 이은 득점을 터뜨렸다. 콤파뇨의 이날 두 번째 골이었다.
이 위원이 실언했다.
이 위원은 멀티골에 성공한 콤파뇨를 향해 “이탈리아 폭격기, 코쟁이”라고 했다.
‘코쟁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이 위원은 ‘MK스포츠’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던 변명입니다. 무조건 제 잘못입니다. 콤파뇨에게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콤파뇨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합니다. 제가 먼 타지에 와서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큰 잘못을 했습니다. 전북 구단에도 죄송합니다. 스카이스포츠, JTBC 방송 스태프와 관계자 여러분께도 죄송합니다. 항상 제 해설을 사랑해 주시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K리그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 위원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위원은 “K리그 해설위원으로서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했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도 진심으로 사과했고, ‘어떠한 징계든 달게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말로만 사과를 반복한 게 아니다. 이 위원은 김천전이 끝난 뒤 콤파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위원이 콤파뇨에게 직접 연락한 건 아니었다. 이 위원은 전북 관계자를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위원의 사과 메시지를 받은 콤파뇨는 전북 관계자를 통해 이렇게 답했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 한국인들이 인종 차별자가 아니란 걸 알고 있고, 가끔씩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내가 가끔 패스 미스를 하거나 빅 찬스를 놓치는 것처럼 해설위원님도 코멘트를 남기시다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사과하신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받아들였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이 위원은 “콤파뇨에게 곧바로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 우선은 메시지로 내 뜻을 전달한 것”이라며 “지금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7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코리아컵 8강전을 치른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 콤파뇨를 직접 만나서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국가대표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다. 이 위원은 1998 프랑스 월드컵 포함 A매치 30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렸다.
선수 은퇴 후인 2006년부턴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위원은 흥이 넘치는 해설로 축구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위원은 ‘막걸리를 마시고 해설하는 것 같다’는 이른바 ‘막걸리 해설’로 불리며 K리그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 위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서 이렇게 전했다.
“제가 해설하면서 바란 건 딱 하나예요. K리그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팬이 제 해설을 좋아해 주셨어요. 그런 분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죄송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이번 실언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돌아봤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위원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일과 관련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위원은 “콤파뇨와 전북 구단, 연맹 등 내가 연락할 수 있는 분들에겐 빠르게 사과했다”며 “팬들에겐 어떻게 사과를 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어 “30일(월요일) 연맹에서 내 실언에 관한 징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 변명의 여지 없다. 내 잘못이다.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특히 콤파뇨와 전북 구단, 전북을 사랑하는 팬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어떠한 징계든 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