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파티 결합한 ‘바잔 클러빙’
경쟁 스트레스 푸는 종교 비즈니스
힌두교 찬양가 맞춰 춤추며 즐겨
기성세대 호평…모디 “매우 고무적”
뭄바이의 거대한 비행기 격납고 크기의 행사장, 5000명에 달하는 Z세대 직장인과 십대들이 모여든다. 행사장에 들어선 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악이 시작되지만, 스피커를 울리는 것은 강렬한 일렉트로닉이나 팝이 아니다. 사원이나 종교 행렬에서나 들을 법한 수백 년 된 힌두교 찬양가다.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춤을 춘다. 분위기는 열광적이지만, 마약이나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주최 측이 술과 마약을 엄격히 금지했으며, 참석자들 역시 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CNN은 영성을 강요받는 종교적 의식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즐기고 체험하려는 인도 Z세대의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 ‘커피 레이브(Coffee Raves)’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인도 젊은 층 사이에서도 맑은 정신으로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바잔 클러빙(Bhajan clubbing)’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잔(Bhajan)’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도 전역의 사원이나 지역 사회 공간에서 무료로 공연되는 수백 년 된 힌두교의 헌신적인 찬양가다.
새로운 것은 바로 환경이다. 거대한 행사장에서 티켓을 판매하며 진행되고, 스모그 머신과 대형 LED 스크린 등 보통 클럽이나 대형 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동원된다.
이 움직임의 중심에는 어린 시절부터 바잔을 부르며 자란 남매 듀오 ‘백스테이지 시블링스’가 있다. 이들은 수백 년 된 찬양가를 Z세대의 언어로 재해석해 인도 주요 도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백스테이지 시블링스는 “술을 마시는 것과 클러빙은 다르다. 술은 취하는 것이고, 클러빙은 즐기는 것이다. 이곳에는 조부모님, 부모님, 친구, 데이트 상대와 함께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Z세대가 바잔 클러빙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 평균 연령 29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인 인도의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 경쟁과 일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행사 기획사 사나타나 저니의 니쿤지 굽타는 참석자 대다수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라고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수천 명과 함께 노래하고 손뼉 치는 과정에서 평온함과 소속감을 느끼며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술을 마시고 숙취에 시달리는 대신, 평온함을 얻고 돌아간다는 점도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인도의 종교 및 영성 경제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2025년 기준 약 58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 시장은 향후 10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롯한 집권 힌두 민족주의 정당(BJP) 지도자들도 이 현상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모디 총리는 Z세대가 노래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바잔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인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뭄바이, 델리, 벵갈루루 등 인도 전역으로 퍼진 이 모임은 호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모임이 영성을 단순한 구경거리나 퍼포먼스, 상품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바잔 클러빙을 처음 경험한 25세 질 비라는 그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보통 콘서트에 가면 흡연이나 전자담배, 술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버터밀크를 홀짝이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알코올이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