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강행하고 中에 지나친 의존…獨, 제조업 고수하다 산업전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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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강행하고 中에 지나친 의존…獨, 제조업 고수하다 산업전환 실패

입력 : 2026.02.26 08:10

獨, 수출·수입 지나친 中 의존
中 제품에 기술·시장 다 뺏겨

메르켈 탈원전에 전기료 폭등
기업 수천여곳 해외이전 추진

제조업 과체중 한국과 닮은꼴
AI 등 첨단 분야로 전환 늦어

독일 함부르크항 [AP = 연합뉴스]

독일 함부르크항 [AP = 연합뉴스]

잘나가던 독일 경제가 성장을 멈춰섰다.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0.2% 성장에 그쳤다. 수출 주도형 제조업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성장 방식을 공유해온 한국 역시 장기 저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독일 경제 부진의 배경으로는 과도한 중국 의존, 친환경 등 에너지 정책 실패, 산업 전환 지연, 인구 구조 악화, 관료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조적 침체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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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위기의 핵심에는 ‘중국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독일은 자동차와 기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중국에 수출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내재화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독일 장비로 만든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시기 대중 수출과 투자 의존을 키운 전략 역시 현재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쿠카의 로봇 [EPA = 연합뉴스]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쿠카의 로봇 [EPA = 연합뉴스]

2017년 독일 로봇 기업 쿠카(KUKA)가 중국 메이디그룹에 인수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중국은 인수·합병과 기술 제휴를 통해 독일 제조업의 핵심 역량을 흡수했고, 독일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약해졌다.

이현진 산업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 자동차 산업은 한때 중국 최대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며 “전환에 실패한 기업들은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이 대중 의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실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는 점도 문제다. IW쾰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은 229개에 달하며, 이 중 45개는 최근 5년간 오히려 중국 의존도가 확대됐다. 영구자석과 광전소자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MERICS)도 독일을 ‘중국 의존도는 높은데 디리스킹 속도는 느린 국가’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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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50~90% 수준이며, 핵심 광물의 대중 의존도 역시 2018년 17.3%에서 2023년 31.7%까지 상승했다가 2024년 24.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3~5배 수준이다.

독일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독일은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한다. 한국은 1차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독일은 메르켈 정부 시절 값싼 러시아산 가스 의존과 탈원전 정책이 결합되면서 제조업이 높은 에너지 비용과 공급망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공급이 급감하며 제조업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전력망 확충과 보조금 확대에 따른 전기료 상승으로 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산업 약 1300곳이 해외 이전을 검토하거나 실행에 나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과거 에너지 정책을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연합뉴스]

독일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신 기술을 반영해 전환하는 데 뒤처졌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내연기관에 집중하느라 전기차 전환에 실패했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에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

박병관 프라운호퍼 연구소 대표는 “혁신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데 독일은 전통 제조업에 매몰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은 물론 한국도 높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비중은 2023년 24.3%, 독일은 2024년 17.8%로 OECD 평균(15.8%)을 크게 웃돈다.

한국은 다행히 미국 주도의 정보통신기술(ICT)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돼 상대적으로 독일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반도체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든 ‘한국판 독일병’에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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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치도 공통된 구조적 문제다. 독일은 취업자 수가 사상 최대임에도 핵심 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기형적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저출산 속도가 더 빠른 만큼 인구 구조 리스크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관료주의와 경직된 재정 운용 역시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은 헌법에 따라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를 의무적으로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느린 행정은 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을 지연시켰고, 재정건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디지털 인프라와 미래 산업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 역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규제 개혁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다만 유로존과 연방제 구조에 묶인 독일보다 정책 운용의 유연성이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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