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고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세기의 브로맨스 박살낸 ‘트럼프 감세안’

12 hours ago 3

브로맨스 왜 깨졌나

예산낭비 비판한 머스크
“감세 법안 땐 美적자 더 커져”
트럼프 역점 법안에 직격탄

[AFP = 연합뉴스]

[AFP = 연합뉴스]

세계 최고 권력자와 세계 최고 부자의 협력관계는 1년도 지속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공화당을 지원해 왔던 머스크 CEO는 피격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재력과 영향력을 모두 이용해 대선 후보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대선 기간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2억8800만달러의 정치후원금을 지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했다.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를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임명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과 갈등을 빚고 월권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머스크 CEO는 예상보다 이른 5월 DOGE 수장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이 맞붙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The One Big Beautiful Bill)’ 때문이다. 대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BBB로 인해 미국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법안에 대한 머스크 CEO의 공개적인 비판이 시작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3일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X에 글을 올리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 법안은 지난달 22일 미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월 초까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대했던 혜택이 무산된 것이 숨겨진 원인이라는 설명도 있다. 머스크 CEO가 소유한 스페이스X는 이해충돌 문제로 미국 연방정부와의 대규모 계약이 무산됐다. 또한 머스크CEO의 추천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내정됐던 재러드 아이작먼의 임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시킨 것도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머스크 CEO의 법안에 대한 공격에도 말을 아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5일 공개적인 비판을 시작한 것은 이 법안이 무산될 경우 자신의 정치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원과 상원 전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음에도 BBB가 무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엉터리 법안을 추진한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원군을 잃게 됐다.

머스크 CEO는 내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할 각종 정책에서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감내해야 할 손실이 작지 않다.

이는 또 대선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민주당에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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