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썩 주저앉아 허공을 멍하니…메시, 눈물의 ‘라스트 댄스’

1 day ago 5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0-1로 졌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0-1로 졌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붉게 상기된 두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억지로 미소라도 지어보려 했다. 하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그의 목엔 간절히 원했던 금메달 대신 은메달이 걸려 있었다.

우승에 실패했지만 아르헨티나 팬들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를 위로하는 응원가를 멈추지 않았다.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스페인 선수들을 뒤로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스페인에 0-1로 졌다.

스페인의 라민 야말(왼쪽)이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리오넬 메시와 포옹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스페인의 라민 야말(왼쪽)이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리오넬 메시와 포옹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메시는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공을 응시하던 메시는 스페인의 ‘초신성’ 라민 야말(19)이 다가오자 몸을 일으켜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야말이 메시의 등을 다독이는 모습은 19년 전 FC바르셀로나(스페인) 소속이던 메시가 자선 행사에서 생후 5개월이던 야말을 욕조에서 씻겨주던 장면과 겹쳐 보였다.

메시는 이날 39세 25일의 나이로 선발 출전해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은 역대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 기록을 새로 썼다. 메시는 동시에 브라질의 카푸(56·은퇴)에 이어 서로 다른 세 번의 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두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로드리(왼쪽)와 마르크 쿠쿠레야(오른쪽) 등 스페인 수비진 사이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로드리(왼쪽)와 마르크 쿠쿠레야(오른쪽) 등 스페인 수비진 사이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하지만 경기에서는 스페인의 촘촘한 수비에 꽁꽁 묶여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스페인은 그에게 향하는 패스 길목을 완벽히 차단했고, 메시는 상대 페널티 박스에서 단 한 차례도 볼을 터치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공격의 구심점인 메시가 봉쇄되자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월드컵 결승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간 90분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팀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첫 슈팅은 연장 후반 12분에야 나왔다. 그마저도 메시가 먼 거리에서 시도한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돼 골대를 벗어난 게 전부였다.메시가 놓친 것은 우승 트로피만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지 못한 메시는 개인 통산 세 번째 골든볼(최우수선수상) 수상에도 실패했다. 이번 대회 골든볼은 스페인 축구 대표팀 주장 로드리(30)에게 돌아갔다. 메시는 8골로 대회를 마치며 10골을 넣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28)에게 골든부트(득점왕)도 내줬다. 메시는 두 부문 모두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과 실버부트를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결승에서는 침묵했지만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3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의 3전 전승을 이끌었고, 32강 카보베르데전과 16강 이집트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아르헨티나가 위기에 몰릴 때면 어김없이 메시의 발끝에서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8강 스위스전에서는 알렉시스 마크알리스테르(28)의 선제골을 도왔고,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는 엔소 페르난데스(25)의 동점골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9)의 역전골에 모두 도움을 기록하며 극적인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뒤 스페인 축구 대표팀 주장 로드리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뒤 스페인 축구 대표팀 주장 로드리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결승전을 앞두고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메시에게 불리하게 베팅하기는 어렵다”며 아르헨티나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일군 사업가의 ‘촉’도 이날은 빗나갔다. 이번 패배가 메시가 쌓아 올린 위대한 업적에 흠집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월드컵 2연패라는 대업을 이루며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마무리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남게 됐다.

메시의 다음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메시와 대표팀 은퇴 여부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시는 이날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취재진과 별도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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