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안도, 원주 뮤지엄 SAN에… 판테온 닮은 돔 지붕 가진 공간 조성
英조각가 앤터니 곰리 작품 소개
상설 전시관 ‘그라운드’로 오늘 개관
조각-드로잉 등 곰리 개인전도 열려
텅 빈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공간은 평온함을 자아낸다. 그런데 여기 사람 형상이 등장하는 순간 긴장감이 생긴다. 저 사람은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을까. 말을 걸어도 안전한 존재일까, 아니면 경계해야 할까.
● 바위 대신 철인 놓은 ‘명상 정원’
“(철 벽돌을 쌓은 무거운 조각을 놓은 이유는) 거대한 덩어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 덩어리가 닻 혹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배터리로 작동하길 바랐어요. 일본 교토 료안지(龍安寺)의 바위 정원에 있는 15개 돌처럼 생각이 머무는 기둥이 되는 거죠.”
료안지 바위 정원은 어떤 방향에서 봐도 전체 15개를 한 번에 볼 수 없도록 설계돼 인간 인식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곰리와 안도의 ‘그라운드’도 이처럼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 ‘명상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차이는 돌 대신 사람을 놓았다는 점이다. 돌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지만, 사람은 관객처럼 무언가를 느끼고 말한다. 관객은 조각이 사람인 듯 감정 이입하며 옆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관계를 맺는다.
곰리는 “나의 작품은 물질의 형태(조각)로 만든 질문”이라며 “그에 대한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안도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죽는가, 생명의 근원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며 “이 작품이 앞으로 100년, 20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니 벅차오른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우주, 몸곰리는 영국 게이츠헤드에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500t 무게의 조각 ‘북방의 천사’, 런던 뉴욕 상파울루 등 대도시 고층 빌딩 옥상에 설치한 인체 조각 ‘사건의 지평선’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인간의 몸과 그것이 주변과 갖는 관계를 탐구한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우리의 몸은 돌보아야 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관이자 미지의 우주”라며 “인류가 스크린에 지배돼 잃고 있는 동물적 감각을 되찾아야 하고, 인간성을 되찾는 마지막 보루가 예술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원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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