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불타고있다” 이스라엘-이란 에너지시설 ‘맞불 타격’…세계경제 악재

10 hours ago 3

15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이란 테헤란 시내 석유 저장시설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파괴된 건물들. AP뉴시스

15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이란 테헤란 시내 석유 저장시설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파괴된 건물들. AP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이 불타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현지 시간) X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여기에는 테헤란 도심으로 보이는 지역이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영상도 올라왔다. 앞서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 전선을 향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테헤란은 불타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이란 핵과 군사 시설을 공격했던 이스라엘은 14일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도 감행하고 있다. 이란 석유부가 운영하는 샤나통신은 이날 “테헤란 남부의 샤란 석유 저장고와 연료 저장 탱크가 14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14일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의 시설과 샤란 석유 저장고도 타격했다. 이에 맞서 이란도 14~15일 이스라엘의 군 시설은 물론이고 주요 도시와 에너지 인프라까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집중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3대 도시인 하이파 북부에 위치한 바잔 정유공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양국 간의 충돌이 군사시설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 네타냐후 이란 국민에게 “억압적 정권과 싸워라”

CNN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사우스 파르스 천연가스전에서 큰 화재와 함께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번 공격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이 전면 공격을 받은 첫 사례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이란 경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랜 경제 제재로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에너지 시설이 공격당하고 경제가 더 악화되면 이란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불안해진 민심을 자극하듯 이란 국민들에게 정권 교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13일 영어로 연설한 영상에서 그는 “이란 국민이 단결해 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이란의 핵심 핵 과학자와 군 지휘부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되며 이란의 핵개발 역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역학 전문가 알리 바쿠에이 카트리미, 물리학 전문가 만수르 아스가리, 재료 공학 전문가 사이이드 바르지 등 3명이 추가로 숨진 사실이 확인돼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핵 과학자는 최소 9명으로 늘었다.

핵 연료 저장시설은 일단 공습을 피했지만, 핵심 전문가들을 잃어 향후 핵무기 개발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에너지 인프라 공격, 세계경제에 위기 초래할 수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향후 세계 경제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동 정세가 악화돼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생산 및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지역별 원유 수입 비중에서 중동은 71.9%로 가장 높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가스 매장량 세계 2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의 주요 에너지 생산국이다.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면 복구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세계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의 다음 전장은 에너지 시장”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란이 향후 세계 에너지 무역의 중요한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간 이란은 자국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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