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초연한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공연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토니상을 거머쥔 박천휴 작가(42)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소감을 전했다. 친구인 작사가 윌 애런슨과 각본상, 작사·작곡상을 공동 수상한 박 작가는 한국 국적자 최초로 토니상 수상자가 된 기록도 세웠다.
박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뮤지컬 작가로서 지내온 그간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적었다.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입니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아요.”제작진과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저와 윌 외에도 오랜 시간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들을 보며 제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고 했다.
토니상을 받은 뒤로 달라질 시선에 대한 걱정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저 하던 대로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올 10월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