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박천휴 작가 “두렵지만 그저 하던대로, 하고픈 얘기 진심다해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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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가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최우수 오리지널 작사·작곡상(Best Orginal Score)과 최우수 극본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06.09.  뉴욕=AP/뉴시스

박천휴 작가가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최우수 오리지널 작사·작곡상(Best Orginal Score)과 최우수 극본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06.09. 뉴욕=AP/뉴시스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어요.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긴 시간 혼자 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에요.”

대학로에서 초연한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공연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토니상을 거머쥔 박천휴 작가(42)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소감을 전했다. 친구인 작사가 윌 애런슨과 각본상, 작사·작곡상을 공동 수상한 박 작가는 한국 국적자 최초로 토니상 수상자가 된 기록도 세웠다.

박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뮤지컬 작가로서 지내온 그간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적었다.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입니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아요.”

제작진과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저와 윌 외에도 오랜 시간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들을 보며 제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고 했다.

토니상을 받은 뒤로 달라질 시선에 대한 걱정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저 하던 대로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올 10월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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