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려면 주식 팔아야겠네.” “그걸로 안 될 것 같은데.”
회사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칼럼을 쓴다고 머리를 쥐어짜는데 건너편에 앉은 중년 부부의 대화가 또렷이 들려왔다. 종합소득세 얘기였다. 5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이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꽤 큰 금액을 내야 할 모양이다. 주식을 팔아서 세금 낼 돈을 마련하라는 아내와 주식을 팔아도 모자랄 것 같다고 하는 남편. 아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소득만 생기면 세금을 떼어가. 지들이 도와준 게 뭐가 있다고.” 그 순간 그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안 쳐다봤으면 더 험한 말도 나오지 않았을까.
돈이 없으면 살기 힘든 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에선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쓸데없는 부자 걱정이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근로자의 임금은 연평균 3.3% 늘어난 데 비해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 증가했다. 올해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도 올랐다. 세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집중되지만, 사회보험료 인상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의 부담을 늘린다.
직장인은 어느 시점부터 연봉은 오르는데 계좌에 찍히는 금액은 별로 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한다. 세금 영향이 크다.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이 5000만원을 넘으면 세율이 15%에서 24%로 오르고, 8800만원을 넘으면 35%로 껑충 뛴다. 소득세 과표 구간과 세율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세율이 확 높아지는 8800만원의 문턱은 2008년부터 20년 가까이 그대로다.
상위 3% 이내 고소득층에만 적용되던 세율이 이제 상위 10% 안팎까지 적용된다. 물가 상승분이 세금으로 이어져 실질 소득을 줄인다. 청와대가 운을 띄운 대로 주택 양도소득세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주택 소유자는 집을 팔 때 인플레이션에 따른 집값 상승분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기업 역시 돈을 너무 많이 벌어도 고민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이 그렇다. 직원들이 성과급을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건 일단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정치권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의 일부를 농어촌 상생협력 기금으로 내놓으라는 주장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성과급을 달라며 직접 교섭을 요구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실적에 “주주와 국가 공동체, 지역 공동체 모두가 개입돼 있다”며 노동조합을 비판했다. 발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논리라면 협력업체 근로자가 성과급을 달라거나 농어촌 협력 기금에 돈을 내라는 주장이 정당해진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주식회사의 이익을 가져갈 권리는 근로자가 아니라 주주에게 있다. 회사가 손실을 봤을 때 그에 따른 손해를 감당하는 주체가 주주이기 때문이다. 손실을 떠안는 사람이 곧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이 되는 게 주식회사의 운영 원리다. 협력업체나 농어촌이 들어갈 자리는 당연히 없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그중 일부를 세금, 배당, 성과급 등의 형태로 사회에 돌려준다. 기업의 이익이 늘면 사회에 기여하는 몫도 자연히 많아진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소득과 재산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이 버는 돈은 그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다.
상생, 공정, 평등을 앞세운 분배 요구는 일견 정의로워 보인다. 그러나 돈을 더 벌었으니 사회에 더 내놔야 한다는 논리가 지나치면 인센티브 체계가 왜곡된다. 자본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그런 나라가 번영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던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막상 캘리포니아주가 ‘억만장자세’ 도입을 추진하자 세금이 적은 주로 거주지와 회사를 옮기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동서고금에 너무나 많다. 모두 같은 교훈을 말한다. ‘소득만 생기면 세금을 떼어간다’는 푸념이 갈수록 커지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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