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모든 전통적인 자산을 토큰화하는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도 가장 큰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도 토큰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는다. 특히 이는 투자자 개인이 자신의 전자지갑(디지털월렛)에서 24시간 내내 거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펀드 투자의 지형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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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클린 템플턴 본 |
총 운용자산이 1조6600억달러(원화 약 2500조원)에 이르는 프랭클린 템플턴은 25일(현지시간)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 기업인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와 손잡고, 디지털자산 지갑을 통해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ETF 토큰화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간 펀드 투자 방식의 틀로 여겨져 온 증권계좌와 제한된 거래시간을 우회하는 구조다.
이번 상품은 미국 주식, 채권, 금 등을 아우르며, 우선 유럽·아시아태평양·중동·중남미 지역에서 제공될 예정이다. 프랭클린 측은 미국 내 출시 여부는 제3자가 등록 펀드를 온체인 상에서 어떻게 유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조에서 온도는 프랭클린 ETF 지분을 매입한 뒤, 투자자에게 해당 수익 노출을 전달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토큰을 발행한다. 투자자는 ETF 실물 지분 자체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익 흐름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해당 토큰은 등록된 펀드 지분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담보로 활용되거나 디파이(DeFi) 애플리케이션에 연계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 브로커리지와는 전혀 접점이 없이, 오로지 전자지갑과 스테이블코인만으로 투자 활동을 하는 새로운 투자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프랭클린과 온도는 이 투자자 기반이 기존 인프라로 끌어들이기보다 별도 상품을 구축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보고 있다. 온도의 마켓메이커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이 닫혀 있는 시간에도 해당 토큰의 유동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토큰화 대상이 될 5개 펀드는 성장형 미국 주식 전략(FFOG), 시스템 기반 대형주 전략(FLQL), 금 펀드(FGDL), 하이일드 회사채 펀드(FLHY), 인컴 중심 미국 주식 전략(INCE)이다. 토큰화 자산 약 27억달러를 보유한 온도 파이낸스가 이번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프랭클린의 혁신부문 책임자인 샌디 콜은 “이것을 새로운 유통 채널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이들 ETF는 서로 다른 익스포저를 적절히 혼합한 구성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층에게 무엇이 실제로 수요를 끄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프랭클린은 이미 미국 전략의 해외 버전을 전통적 유통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전히 증권계좌가 필요하다. 반면 이번 토큰화 버전은 그런 요건을 없애, 미국 상장 ETF를 매수하기 위해 필요한 국경 간 브로커리지 인프라는 없더라도 암호화폐 지갑은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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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큰화된 RWA 자산 규모 (자료=rwa xyz) |
토큰화는 주식, 채권, 사모신용(private credit)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소유권을 나타내는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이 방식은 월가 금융사들이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디지털자산에 익숙한 투자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목하는 핵심 분야로 빠르게 부상했다.
rwa xyz에 따르면 토큰화된 실물자산 시장 규모는 2025년 이후 약 360% 증가해 265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이는 여전히 뮤추얼펀드와 ETF에 들어가 있는 수조달러 규모 자산에 비하면 극히 작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은 도입 속도를 늦추고 있다. 온도 파이낸스의 이안 드 보드 대표이사는 당국이 아직 토큰화 ETF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 보드 대표는 “이 분야에서 미국은 다른 관할 지역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새 상품의 잠재 시장이 수백만 명의 이용자를 포괄하는 “의미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 다수는 블록체인 기반 소유권 구조를 전통 ETF 생태계와 통합하는 일이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기존 ETF 시장은 브로커-딜러와 지정참가자(AP)에 의존해 설정·환매가 이뤄진다. 여기에 비(非)KYC 지갑을 수용하면서도 증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설계하는 일 역시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더 넓게 보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토큰화 ETF는 전통 시장에서 일반적인 하루 또는 이틀짜리 청산·결제 주기 대신 거의 즉시 결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결제 리스크와 거래상대방 익스포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산을 담보로 보다 원활하게 재사용할 수 있게 해 자본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한편 블랙록(BlackRock)과 위즈덤트리(WisdomTree)는 미국에서 ETF를 토큰화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월가도 이러한 새로운 구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번 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와 협력해 토큰화 증권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스닥(Nasdaq) 역시 디지털자산 기술업체 탈로스(Talos)와 손잡고 암호화폐 거래 및 리스크 관리 도구를 연결했다. 지난달에는 위즈덤트리가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지분을 토큰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주당 1달러의 고정 가격으로 지분을 사고팔 수 있고,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즉시 결제도 가능해졌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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