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FOMC에서 예상했던 대로 금리가 동결되었습니다.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고 이 정책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Fed의 입장이었는데요.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데이터 디펜던트,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파월 의장이 태도를 바꾼 부분입니다. 사실 최근 지표들을 보면 Fed가 그간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 물가상승률이나 고용 관련 수치가 크게 악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왜 현재 데이터에 기반해서 금리를 낮추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항상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고 일축했습니다.
경기를 위축시키거나 확장시키지 않는 중립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낮은 만큼 그것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과거 데이터만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래를 봐야 한다”고 했는데요. “모든 예측기관과 Fed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고,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쉽게 말해 데이터 상으로 표현되지 않은 물가상승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선 금리를 쉽게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겁니다.
또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인플레가 하락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관세가 없다면 그 확신이 더 빠르게 쌓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 하반기에 미국인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느냐, 다시 말해서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파월 의장의 답변은 “하반기에 경제적 고통이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게 전혀 아니고, 미국 경제는 견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이런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날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났을 때 금리를 2%나 2.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파월보다 더 통화정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미국의 이자비용을 7000억달러, 8000억달러는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파월 의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는데 파월 의장은 “복잡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 정책기조는 앞으로 경제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라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력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로 Fed의 정책기조를 꼽았습니다. 행정부만이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은연중에 언급한 것인데요.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Fed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파월 의장에 따르면 Fed는 해마다 1%씩 인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년 동안 전체 인력의 10%를 줄이고 운영을 효율화하겠다"고 파월 의장은 설명했습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의지를 전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장은 다소 실망한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었기 때문에 반응은 크지 않았고요. 상승세로 시작했던 S&P500 지수는 FOMC 기자회견 직후 상승폭을 줄여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현재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