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카톡 금지" 추진하는 정부…해외 사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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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 추진 보고
근로시간 외 SNS, 이메일 등 통한 업무 지시 금지가 골자
프랑스·스페인 이어 호주까지…법적 제재 도입하기도
글로벌 트렌드지만…업무 유연성과 조직 생산성에 악영향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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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올해부터 주 4.5일 근무제 확산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전면 개편에 착수하겠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날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퇴근 후 카톡 금지법’으로 알려진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입법화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법제화해 근무 외 시간의 업무 지시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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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서간 나라는 프랑스다. 2016년 제정된 일명 ‘엘 꼼리 법’은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연결 차단에 대한 단체협약 체결을 의무화했다. 다만 개별 사용자의 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프랑스는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기업 내부 규율을 통해 자율적으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위반 시에는 징계 등 자체 제재를 가하는 ‘연성법’ 방식을 채택했다.

스페인은 프랑스 엘 꼼리 법을 모티브로 했지만 이를 한층 발전시켰다. 2018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와 디지털권리보장법'에서 공무원까지 포함해 ‘디지털 단절권’을 명문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에 맞춰 2021년에는 별도의 법률로 재확인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위반 시 처벌 수위나 법적 강제력은 없다.

특히 업무 시간 외 지시가 ‘근로시간 위반’인지, ‘산업안전 위반’인지 불명확해 제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호주는 이보다 강경하다. 2024년 8월부터 시행된 '공정노동법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는 ‘합리적인 연락을 제외하고 근무 시간 외에 사용자로부터 이메일, 전화 또는 기타 모든 종류의 연락을 모니터링, 읽기 또는 응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최대 9만4000호주달러(약 85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사용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분쟁은 공정노동위원회가 중재한다. 호주는 실질적인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첫 국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사용자가 업무 외 연락을 거절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에만 해당돼, ‘연락 자체’에 대한 규제는 아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포르투갈, 벨기에,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 20여 개국이 유사한 입법을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는 업무 외 시간 지시에 대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업무 유연성과 조직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시차 대응이나 긴급 업무 대응이 어려워지고, 성과 기반 조직문화와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발적으로 야근이나 추가 업무를 통해 성과를 높이려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제한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은 이 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한국은 이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간접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 이 법까지 도입되면 노사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퇴근 후 반복적인 업무 지시가 괴롭힘으로 판단된 사례도 있다.

한국의 '퇴근후 카톡 금지법'이 현실화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규정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해당 기사는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 국제적 동향과 전망' 자료를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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