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DB vs DC…선택 따라 노후자산 '수억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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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3 17:00 수정2026.05.03 17:00

직장인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재무 선택은 퇴직연금 유형이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DC)형 중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수십 년 뒤 노후 자산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까지 선택지가 늘어나 초기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임금 상승률 높으면 DB, 이직 잦으면 DC

퇴직연금은 DB형, DC형, IRP로 구분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책임지는 구조다. 퇴직 시점 임금을 기준으로 금액이 확정된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해 수익률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진다. IRP는 소득이 있는 개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연금 계좌로, 이직이나 퇴직 시 적립금을 계속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장인이라면 DB형이 유리하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 급여가 낮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이 크게 오르면 퇴직 시점 급여가 전체 근속기간에 적용되는 구조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구축한 기업에 재직하거나 장기근속이 예상되는 경우 DB형의 장점이 부각된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으로 입사해 임금이 매년 7% 상승하는 직장인이 20년 근무할 경우 퇴직 시 연봉은 약 1억8000만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퇴직금이 3억원에 달한다. 초기 급여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회사가 운용 리스크를 부담하고 근로자는 임금 상승의 과실을 가져가는 구조다. 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퇴직금이 보장된다는 점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근로자에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직이 잦은 직장인에게 DB형은 불리할 수 있다. 근속기간이 끊길 때마다 퇴직금을 정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매년 연봉의 12분의 1을 개인 계좌에 적립하고, 이 자산이 이직 이후 그대로 유지된다. 여러 직장을 거치더라도 자산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동성이 높은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장기간 운용 시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연금 고수는 AI·방산 ETF 확대

수익률에 따라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연봉 3000만원에서 임금이 매년 3% 오르는 직장인이 20년 근무할 경우 DB형 퇴직금은 876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DC형으로 연 5.79% 수익률을 달성하면 약 1억1700만원까지 늘어난다. 약 3000만원 차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면 DC형이 더 큰 자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DC형은 투자 성과에 따라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조건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퇴직금이 6000만원대에 그쳐 DB형보다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투자 역량과 시장 변동성 관리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 전략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DC형 가입자 중 일부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성장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익률 상위 투자자는 방위산업, 원자력, 인공지능(AI) 관련 ETF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주식형 자산과 테마형 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 전략도 확산하는 추세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에게는 IRP가 사실상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이다. IRP는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절세와 자산 형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IRP로 이전해 통합 관리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은 단순한 상품 선택이 아니라 장기 재무 전략”이라며 “연봉 상승 가능성, 이직 계획, 투자 성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초기 선택 이후에도 주기적인 점검과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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