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의 기술' 안 먹혀…끝나지 않는 가자·우크라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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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 시작 전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즉 두 개의 전쟁을 조기 종식하겠다고 자신했지만 현재까진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중동에선 오히려 전선이 가자지구를 넘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복잡한 국제 분쟁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푸틴, 美 경고 무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그가 총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주 안에 그를 신뢰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종전에 미적대는 러시아에 사실상 최후 통첩성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정밀 미사일이 있는 테러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정밀 미사일이 있는 테러 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선 땐 “하루면 전쟁을 종결할 수 있다”고 했고 취임 전인 올해 1월 초엔 “종전까지 6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월엔 푸틴 대통령,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통화한 후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하지만 종전 협상 조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편들어 2월 말 백악관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미국은 한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달 하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30일 부분 휴전 원칙’에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러시아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150대 안팎의 무인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일부는 격추됐지만 최소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2주 시한’ 발언 직후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은 미국의 경고를 사실상 무시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거래의 기술' 안 먹혀…끝나지 않는 가자·우크라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뒤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인정 문제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로이터통신은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가자 전쟁도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것과 달리 상황이 꼬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월 중순 휴전에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초 이스라엘과 정상회담을 열어 가자 전쟁 종식에 속도를 내려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교환과 휴전 연장 조건을 두고 이견을 거듭했고 이스라엘은 지난달 하마스 본거지인 이스라엘에 대대적 공습을 가하며 “전투 복귀”를 선언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과 5년간 휴전 의사를 제시했지만 협상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근거지인 베이루트를 공습하는 등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 “트럼프, 100일 외교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 전쟁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에 직접 조기 종결을 공언해온 만큼 지금의 혼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 실패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타결을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시간과 신뢰 구축이 필요한 분쟁 지역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거래의 기술’이 복잡한 국제 분쟁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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