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대미 무역적자 불구하고
50% 상호관세 통보에 의문 제기돼
“보우소나루 지원 목적으로 보여”
친분 과시해 이득 볼 수도 있지만
핵심 지지층 농민 관세 타격으로
오히려 역효과 날 가능성도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율을 통보하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미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브라질의 누적 적자 규모가 900억달러(약 123조79850원)를 웃도는 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통보한 것은 자신의 오랜 친우인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관세 인상의 배경으로 브라질 내 선거제도와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최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소되어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룰라 대통령 암살 및 군부 쿠데타 모의·대선 불복 폭동 연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오는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23년 1월 8일 보우소나루 지지파인 극우파 군중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과 의사당, 대법원을 공격한 사건의 배후에 보우소나루가 있다는 이유로 진행된 재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있어서는 안 되는 재판”이라며 보복을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미 국회의사당 건물 습격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브라질 우파 정치인들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번 관세 부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보우소나루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가까운지 보여주기 때문에 향후 그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 판결에 따라 2030년까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노리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도 트럼프 관세 폭탄의 책임을 룰라 대통령에게 돌리는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강력한 동맹인 상파울루 주지사 타르치시오 데 프레이타스는 “룰라는 경제보다 이념을 우선시했고, 그 결과가 미국 관세”라며 “책임은 권력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관세 폭탄이 보우소나루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기반인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브라질의 두 번째로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브라질은 미국에 오렌지와 소고기 등을 수출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트럼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보우소나루 편들기는 오히려 최근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룰라 대통령에게 생명줄을 부여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55%가 트럼프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연구원이자 게툴리오 바르가스 재단(FGV)의 교수인 올리버 스투엔켈은 “룰라의 비판자들조차도 트럼프의 움직임을 국가 주권과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브라질 중도 정치인들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평소 룰라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중도 성향의 알레산드로 비에이라 상원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그 어떤 대표자도 정당성과 관계없이 브라질에 대한 외국의 침략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진정한 애국심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다음 브라질 대통령 선거는 2026년 10월로 아직 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보우소나루 지지는 지난 캐나다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우파 후보의 패배라는 결과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BBC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