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협상국들에 ‘성의 있는 제안’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상호관세율 등이 적힌 서한에 이미 서명했다며 “월요일(7일)에 12개국 정도에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한에 적힌) 금액, 관세율, 내용 등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어느 나라에 서한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엔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4일) 10∼12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서한을 보낼 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일단 서한 발송 시점을 주말 이후인 7일로 미룬 것. 주말 동안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의 협상을 지켜본 뒤 서한 발송 여부나 내용 등을 확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주말에 자국과 협상 중인 각국 정부들을 향해 최대한 성의 있는 제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서한 발송 시점 등을 계속 바꿔가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확실성 키운 뒤 협상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란 의미다. 실제로 지난 달 27일 미국측 ‘통상 협상 사령탑’으로 여겨지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관세 유예를 노동절(매해 9월 첫번째 월요일·올해는 9월 1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발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며 관세 서한을 당장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이달 4일로 그 시점을 못박았다가 7일로 다시 말을 바꿨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시점을 다음 달 1일로 하겠다면서 관세율 범위는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그는 관세 발효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 시점은) 꽤 빠른 것이다.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관세 적용을 앞당길 가능성을 내비쳤다.
● “韓 등 급하게 협상안 마련 중”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게속 높게 유지할 의지가 강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4일 “그동안 수 개월간 (고율 관세를) 위협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다시 무역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관세 서한 발언에 대해선 “최근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을 누려온 기업들에게 또 다시 불확실성을 주고, 대체로 ‘탈(脫)관세 시대’에 진입한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리스크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에도 유사한 전술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매우 공격적인 관세 조치를 예고하면서도, 발효 시점은 다소 뒤로 미뤄 무역 상대국들이 막판에 양보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액시오스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서한 압박 이후 한국, 태국 등 여러 무역 상대국들이 “급하게 협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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